슬레진저, 23세 틱톡커에 브랜드 맡겼다
리뉴얼 아닌 ‘세대교체’ 전략
Z세대 공략 방식의 전환 신호탄

‘슬레진저’가 20대 초반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전략 전반을 맡기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슬레진저 페이스북]
145년 역사를 지닌 영국 스포츠 브랜드 ‘슬레진저(Slazenger)’가 20대 초반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전략 전반을 맡기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브랜드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는 점에서 패션 및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 젊은 모델 아닌 ‘젊은 디렉터’로 공략 나서

햄블린은 디자인 개발 과정과 주요 의사결정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브랜드 구축 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사진=햄블린 틱톡]
브랜드 운영사 프레이저스 그룹(Frasers Group)은 23세 틱톡 크리에이터 알렉세이 햄블린(Alexei Hamblin)을 브랜드 리포지셔닝 과정에 참여시켜 디자인 방향과 브랜드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전반에 관여하도록 했다.
햄블린은 소셜미디어에서 오래된 스포츠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이를 계기로 프레이저스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디자인 방향 설정과 브랜드 서사 재정립,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등 리포지셔닝 전 과정에 참여하며 브랜드 재정비 작업을 이끌고 있다.
전통 브랜드가 외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디지털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방향 설정의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이는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된 소비 환경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햄블린이 진단한 과제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전달 방식이었다. 슬레진저는 윔블던 선수권 대회 공식 테니스볼 공급 등 스포츠 역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 브랜드지만 이러한 서사가 젊은 소비자층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그는 단순한 복고 디자인의 반복 대신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 문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디자인 개발 과정과 주요 의사결정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브랜드 구축 과정을 하나의 콘텐츠로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 레거시 브랜드 전략...마케팅에서 운영 방식으로
슬레진저는 사업 모델 사체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사진=슬레진저 페이스북]
이 같은 변화는 브랜드 운영 방식의 재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관계 설정 방식을 재정의하며, 브랜드가 작동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프레이저스 그룹은 최근 유럽 전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켓 스포츠 파델(padel) 시장에 투자하며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영국 내 약 150개 규모의 파델 코트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며, 장비와 의류 판매를 넘어 스포츠 인프라와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파델은 테니스와 스쿼시 요소를 결합한 스포츠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참여 인구가 증가하며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슬레진저를 스포츠 경험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장수 브랜드의 리뉴얼이 로고 변경이나 협업 컬렉션 출시 등 외형적 이미지 개선에 집중됐다면, 슬레진저는 브랜드 설계와 운영 권한 일부를 새로운 세대에 이전하고 사업 모델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특히 Z세대 소비자가 전통적 광고보다 참여 경험과 투명한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도 이번 전략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햄블린은 디자인 과정과 의사결정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팔로워 반응을 제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경험이 제한적인 젊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장기적인 브랜드 일관성과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업계 내 의견이 엇갈린다. 그런데도 레거시 브랜드들이 시장 영향력을 일부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슬레진저의 시도는 장수 브랜드 생존 전략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국내는 ‘리뉴얼’, 슬레진저는 ‘운영 혁신’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상품 확대로 기존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사진=슬레진저 페이스북]
슬레진저 사례가 한국 패션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와 대비된다는 점이다. 국내 역시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국내 기업들이 선택한 해법은 대체로 이미지 리뉴얼 중심 전략이었다. 로고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비하고 젊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한정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동시에 온라인 채널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로고 디자인을 간결하게 조정하고, 클래식 중심이던 상품 구성을 캐주얼 및 온라인 친화 상품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공식 온라인몰과 주요 패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통을 강화하며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세정그룹의 웰메이드는 매장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브랜드별 상품 구성을 재정비해 편집숍 형태의 운영 효율을 높였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상품 확대를 통해 기존 고객층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는 계열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을 가속하며 자사몰과 외부 플랫폼 입점을 확대했다. 라이브커머스와 협업 컬렉션 등 디지털 기반 마케팅을 병행해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고 신규 고객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장수 브랜드가 축적해온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미지 리뉴얼 중심 접근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을 단기간에 전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외형적 변화가 브랜드 운영 방식이나 소비자 참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젊은 소비자에게 기존 브랜드 이미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성과와 무관하게 슬레진저의 이러한 변화는 레거시 브랜드 세대 전환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슬레진저, 23세 틱톡커에 브랜드 맡겼다
‘슬레진저’가 20대 초반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전략 전반을 맡기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슬레진저 페이스북]
145년 역사를 지닌 영국 스포츠 브랜드 ‘슬레진저(Slazenger)’가 20대 초반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전략 전반을 맡기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브랜드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는 점에서 패션 및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 젊은 모델 아닌 ‘젊은 디렉터’로 공략 나서
햄블린은 디자인 개발 과정과 주요 의사결정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브랜드 구축 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사진=햄블린 틱톡]
브랜드 운영사 프레이저스 그룹(Frasers Group)은 23세 틱톡 크리에이터 알렉세이 햄블린(Alexei Hamblin)을 브랜드 리포지셔닝 과정에 참여시켜 디자인 방향과 브랜드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전반에 관여하도록 했다.
햄블린은 소셜미디어에서 오래된 스포츠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이를 계기로 프레이저스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디자인 방향 설정과 브랜드 서사 재정립,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등 리포지셔닝 전 과정에 참여하며 브랜드 재정비 작업을 이끌고 있다.
전통 브랜드가 외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디지털 크리에이터에게 브랜드 방향 설정의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이는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된 소비 환경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햄블린이 진단한 과제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전달 방식이었다. 슬레진저는 윔블던 선수권 대회 공식 테니스볼 공급 등 스포츠 역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 브랜드지만 이러한 서사가 젊은 소비자층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그는 단순한 복고 디자인의 반복 대신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 문화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디자인 개발 과정과 주요 의사결정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브랜드 구축 과정을 하나의 콘텐츠로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 레거시 브랜드 전략...마케팅에서 운영 방식으로
이 같은 변화는 브랜드 운영 방식의 재설계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관계 설정 방식을 재정의하며, 브랜드가 작동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프레이저스 그룹은 최근 유럽 전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켓 스포츠 파델(padel) 시장에 투자하며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영국 내 약 150개 규모의 파델 코트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며, 장비와 의류 판매를 넘어 스포츠 인프라와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파델은 테니스와 스쿼시 요소를 결합한 스포츠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참여 인구가 증가하며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슬레진저를 스포츠 경험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과거 장수 브랜드의 리뉴얼이 로고 변경이나 협업 컬렉션 출시 등 외형적 이미지 개선에 집중됐다면, 슬레진저는 브랜드 설계와 운영 권한 일부를 새로운 세대에 이전하고 사업 모델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특히 Z세대 소비자가 전통적 광고보다 참여 경험과 투명한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도 이번 전략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햄블린은 디자인 과정과 의사결정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팔로워 반응을 제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경험이 제한적인 젊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장기적인 브랜드 일관성과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업계 내 의견이 엇갈린다. 그런데도 레거시 브랜드들이 시장 영향력을 일부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슬레진저의 시도는 장수 브랜드 생존 전략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국내는 ‘리뉴얼’, 슬레진저는 ‘운영 혁신’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상품 확대로 기존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사진=슬레진저 페이스북]
슬레진저 사례가 한국 패션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와 대비된다는 점이다. 국내 역시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국내 기업들이 선택한 해법은 대체로 이미지 리뉴얼 중심 전략이었다. 로고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비하고 젊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한정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동시에 온라인 채널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로고 디자인을 간결하게 조정하고, 클래식 중심이던 상품 구성을 캐주얼 및 온라인 친화 상품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공식 온라인몰과 주요 패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통을 강화하며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세정그룹의 웰메이드는 매장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브랜드별 상품 구성을 재정비해 편집숍 형태의 운영 효율을 높였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상품 확대를 통해 기존 고객층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는 계열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을 가속하며 자사몰과 외부 플랫폼 입점을 확대했다. 라이브커머스와 협업 컬렉션 등 디지털 기반 마케팅을 병행해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고 신규 고객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장수 브랜드가 축적해온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미지 리뉴얼 중심 접근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을 단기간에 전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외형적 변화가 브랜드 운영 방식이나 소비자 참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젊은 소비자에게 기존 브랜드 이미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성과와 무관하게 슬레진저의 이러한 변화는 레거시 브랜드 세대 전환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