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브랜드] “매장 열면 끝?”...마르지엘라의 중국 소비자 공략법

신아랑 에디터
2026-04-08

“매장 열면 끝?”..마르지엘라의 중국 소비자 공략법

쇼, 전시, 체험으로 ‘브랜드 커리큘럼’ 구축

이해와 참여 경험으로 확장하는 소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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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 메종 마르지엘라가 중국 시장에서 선보인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장 확장이나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이해시키고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중국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출발점이었다. 이번 쇼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개최된 공식 런웨이로, 레디투웨어와 아티즈널(Artisanal) 컬렉션을 하나의 무대에 올린 점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분리되는 상업 라인과 꾸뛰르 라인을 동시에 공개함으로써 극소량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아티즈널 피스와 실제 매장에서 판매될 제품을 함께 보여줬다. 이는 1989년 창립 초기부터 이어져 온 ‘실험성과 상업성의 공존’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오늘날 방식으로 재해석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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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종 마르지엘라]


쇼의 연출 또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 룩에 적용된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는 동시에 ‘익명성’이라는 핵심 개념을 직관적으로 드러냈고, 비앙케토(Bianchetto) 화이트 오버페인팅 기법은 기존 의복의 의미를 덮고 새롭게 정의하는 창작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하는 어셈블라주, 신체에 밀착되는 세컨드 스킨 실루엣이 더해지며 해체와 재구성을 기반으로 한 마르지엘라 특유의 미학이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됐다. 이는 정체성을 감추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해온 창작 철학과 시각적 언어를 관객이 직관적으로 체험하도록 만든 장치로 읽힌다.

# ‘전시 커리큘럼’으로 완성하는 브랜드 경험


d653f360a85ed.jpg[사진=메종 마르지엘라 홈페이지]


이처럼 런웨이를 통해 제시된 브랜드의 메시지는 곧바로 다음 단계로 확장된다.

컬렉션 공개와 동시에 시작된 ‘Maison Margiela/folders’ 프로젝트는 상하이를 출발점으로 베이징, 청두, 선전까지 이어지며 브랜드의 핵심 코드를 다양한 주제로 풀어낸다.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와 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기 프로그램으로, 런웨이에서 제시된 메시지를 전시와 체험의 형태로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네 가지 핵심 코드 ▲Artisanal(아티즈널) ▲Anonymity(익명성) ▲Tabi(타비) ▲Bianchetto(비앙케토)로 정리하고, 이를 각각 독립된 전시와 경험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 철학을 관람자가 직접 보고,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한 셈이다.

4dcbcb4b50536.jpgfe5dc56709bd6.jpg(좌)ARTISANAL: Creative Laboratory Exhibition, 상하이 / (우)ANONYMITY: Our History of Masks Exhibition, 베이징 [사진=메종 마르지엘라 홈페이지]


전시는 도시별로 이어진다. 상하이에서는 4월 2일부터 6일까지 ‘ARTISANAL: Creative Laboratory Exhibition’을 통해 1989년부터 2025년까지의 아티즈널 룩 58점을 선보이며 메종의 실험적 제작 방식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 Zhengyici Peking Opera Theatre에서는 4월 7일부터 12일까지 ‘ANONYMITY: Our History of Masks Exhibition’를 통해 1989년부터 현재까지의 마스크 46점을 통해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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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TABI: Collectors Exhibition, 청두 / (우)BIANCHETTO: Atelier Experience, 선전 [사진=메종 마르지엘라 홈페이지]


내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청두 전시회는 ‘TABI: Collectors Exhibition’이 진행된다. 전 세계 9명의 컬렉터가 참여해 개인 아카이브와 희귀 타비 슈즈를 공개하며, 실제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제품의 의미를 확장한다.

이어 선전에서는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BIANCHETTO: Atelier Experience’를 통해 참가자가 자신의 옷을 화이트 오버페인팅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처럼 패션쇼와 전시, 체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는 브랜드를 중국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하나의 ‘커리큘럼’처럼 설계해 소비자가 단계적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인지’로 확산되는 브랜드...마르지엘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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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종 마르지엘라 홈페이지]


이 지점에서 메종 마르지엘라의 전략은 기존 국내 브랜드들의 중국 진출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많은 브랜드들이 핵심 상권에 매장을 열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마르지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로 접근한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최근 중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 흐름과 맞물리며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마르지엘라는 일부 패션 마니아층 중심의 브랜드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비 슈즈다. 발가락이 갈라진 독특한 디자인은 이제 중국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더우인과 샤오홍슈에서는 타비 스타일링과 리뷰 콘텐츠가 꾸준히 확산되며 하나의 문화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특히 착용 경험과 스타일링 과정이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르지엘라는 대규모 광고나 일방적인 노출에 의존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해석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방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의미를 전달하는 주체에서 소비자가 의미를 확장하는 주체로 전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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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쇼에 참석한 배우 이유미, 자이언티 [사진=메종 마르지엘라]


이러한 흐름은 중국 MZ세대의 소비 방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들은 제품이나 브랜드 인지도보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와 철학, 참여 경험을 중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 디자인과 실험적 스타일은 ‘남들과 다른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층과 맞물리며 브랜드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매장을 열면 끝”이라는 기존의 유통 중심 전략에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브랜드 인지 형성에서부터 경험, 참여, 확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설계함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소비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K-패션의 중국 진출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유통망 확장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때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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