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누가 ‘호카(HOKA)’를 키웠는가?

정인기 에디터
2026-05-20

누가 ‘호카(HOKA)’를 키웠는가?

데커스 계약 해지 추진에 美 준사법기관 제동

글로벌 브랜드 성장 뒤 현지 파트너 존중 논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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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성수에서 진행한 FLY LAB


글로벌 러닝 브랜드 ‘호카(HOKA)’의 한국 전개권 논란은 단순한 총판 계약 분쟁을 넘어 글로벌 본사와 현지 파트너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호카 미국 본사인 데커스는 올초 국내 총판사 조이웍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이웍스가 협력업체에 조직적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지난 4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아닌 ‘경쟁업체’로 사실관계가 수정됐다. 조이웍스는 미국 현지 준사법기관도 데커스의 새로운 한국 유통사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이 사안은 표면적으로 계약과 법적 절차의 문제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호카가 한국에서 지금의 브랜드 지위를 얻기까지 누가 위험을 감수했고, 누가 시간을 들여 소비자와 만났으며, 누가 러닝 문화를 현장에서 만들어왔느냐다.

# 호카, 초기엔 글로벌 브랜드에 치여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


8a0681d85ea4e.jpg호카 SS 이미지

국내 러닝 시장은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강과 남산, 여의도와 성수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러닝 크루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러닝은 단순 운동이 아니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콘텐츠가 결합된 문화 현상이 됐다. 

호카도 처음부터 대중적 브랜드는 아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두꺼운 미드솔과 독특한 쿠셔닝을 앞세운 낯선 러닝화로 받아들여졌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장악한 시장에서 호카는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였다.

그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들여와 러너와 직접 만난 곳이 조이웍스였다. 조이웍스는 단순 수입·판매에 그치지 않았다. 트레일러닝 대회 후원, 아마추어 선수 지원, 러닝 크루 협업, 커뮤니티 활동, 편집숍 전개를 통해 호카를 하나의 러닝 문화로 소개했다. 조이웍스 측도 호카가 국내에서 유명해지기 전부터 약 8년간 브랜드를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7d899f2125683.jpg호카 트레일 러닝

전문 스포츠 브랜드는 광고비 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러너가 신뢰해야 하고, 커뮤니티가 반응해야 하며, 현장에서 반복해 검증돼야 한다. 어떤 크루가 신는지, 어떤 대회에 함께하는지, 어떤 러너가 추천하는지가 브랜드 자산이 된다. 결국 한국에서 호카를 키운 힘은 본사의 로고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뛴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함께 만든 신뢰였다.

# 글로벌 브랜드, 중소기업 개척과 전개권 교체 반복


문제는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패션·스포츠 시장에서는 초기 시장 개척은 중소 전문기업이 맡고, 브랜드가 성장하면 대형 유통사나 대기업이 전개권 확보전에 뛰어드는 일이 반복돼 왔다. 글로벌 본사는 더 큰 자본과 유통망을 선택하려 한다. 이는 기업 논리로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시장은 잘못된 학습을 한다. 중소기업은 새 브랜드 발굴을 꺼리게 된다. 장기 투자보다 단기 유통에 매달리게 된다. 브랜드를 함께 키우는 문화는 약해진다. 이는 한 총판사의 손익을 넘어 시장 전체의 혁신 동력을 훼손하는 문제다.


e586f39255e9f.jpg2025 BONDI 9 신제품 프리젠테이션

조이웍스도 내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전임 대표 개인 사건이 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진 만큼, 지배구조와 윤리경영을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조이웍스는 전임 대표의 일탈을 인지한 뒤 경영권을 박탈했고, 단일 대표 체제에서 이문기·이민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확립도 약속했다.


이문기 조이웍스 공동대표는 "데커스와 한국 러너들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들의 명예와 생계를 회복하고 윤리경영을 강화한 거버넌스 확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민우 조이웍스 공동대표 역시 "새로운 리더십에서 러닝∙아웃도어에 열성적인 임직원과 트레일러닝 대회 후원, 아마추어 선수 지원 등 사회 활동으로 조이웍스 브랜드 팬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은 글로벌 테스트 베드, 상호 신중한 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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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코엑스에서 진행한 HOKA FLY HUMAN FLY

이번 사안의 합리적 해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다. 데커스는 계약 논리만 앞세우기보다 한국 시장 성장 과정에서 조이웍스가 기여한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 조이웍스는 새 리더십 아래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을 실질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소비자와 러너 커뮤니티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정적 공급과 브랜드 경험도 유지돼야 한다. 

한국 시장은 이제 단순 판매처가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에 한국은 러닝, 패션, 콘텐츠, 커뮤니티가 결합된 테스트베드다. 이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는 물건을 나르는 유통사가 아니다. 브랜드 철학을 한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소비자와 연결하며, 문화를 만드는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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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 논란은 그래서 묻는다. 브랜드가 성공한 뒤 그 성장을 함께 만든 파트너의 시간은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가? 무명 시절의 위험은 현지 기업이 떠안고, 성장 뒤의 과실만 글로벌 본사가 회수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시장에는 더 이상 진심으로 브랜드를 키우려는 플레이어가 남지 않는다.

브랜드는 본사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현장이 만든다. 호카의 한국 전개권 논란이 계약 분쟁을 넘어 산업의 문제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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