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 공급망 혁신 리포트 ②
"상품 기획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역할(Roll)이 바뀐다"
AI 도입 이후, 상품기획과 생산관리의 업무는 이렇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을 찾는 게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잘 팔리는 것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가 일이 됐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여성복 브랜드의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한 팀장은 최근 업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1편에서 살펴봤듯 패션산업의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공급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변화는 공장과 브랜드 사이의 관계만 바꾼 것이 아니다. 브랜드 내부, 즉 상품기획실과 생산관리팀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가 들어오면서 기획자와 생산관리자의 하루는 1년 전과 비교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 "무엇을 만들까"에서 "무엇이 팔릴까"로…기획자 일이 바뀌다

AI 기술이 활용되면서 디자인실, 기획실의 작업 프로세스가 바뀌고 있다. 디자인 AI로 제작
과거 상품기획자의 핵심 역량은 트렌드를 먼저 읽는 감각이었다. 해외 컬렉션을 살피고, 거리의 스타일을 관찰하고, 다음 시즌에 유행할 색과 소재를 예측했다. 그러나 반응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 감각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디자인 시안을 수십 개씩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특정 브랜드의 무드보드를 학습시키면 그 톤에 맞는 그래픽과 패턴, 컬러 조합을 제안한다. 문제는 더 이상 ‘무엇을 그릴까’가 아니다. 쏟아지는 시안 가운데 ‘어떤 것이 팔릴까’를 판단하는 일이 기획자의 새로운 역할이 됐다.
서울에 위치한 한 온라인 캐주얼 브랜드 기획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AI가 시안을 만들어주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기획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그리는 능력이 아니라 고르는 능력입니다. 과거 판매 데이터, 리뷰, 반품 사유까지 함께 보면서 이 디자인이 실제로 재구매까지 이어질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에서는 디자이너 채용 기준을 바꾸고 있다. 손으로 그리는 스케치 실력보다 데이터를 읽고 AI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인력을 우선한다. 디자인 역량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디자인 역량과 데이터 해석 능력이 한 사람 안에서 결합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샘플은 줄고, 시뮬레이션은 늘었다... 디자인실 풍경이 달라지다

HSCompany 디자인실에서는 시마세이키 APEX PIZ 솔루션을 도입해 가상 샘플링으로 샘플 제작 횟수를 줄였다.
1편에서 언급했듯 CLO 기반 3D 의상 시뮬레이션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브랜드 디자인실에 자리 잡았다. 그 변화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더 뚜렷하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확정되기까지 실물 샘플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제작했다. 원단을 재단하고, 봉제하고, 핏을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 적게는 1~2주가 걸렸다. 지금은 3D 시뮬레이션으로 핏과 실루엣을 먼저 확인한 뒤, 확신이 선 디자인만 실물 샘플로 넘긴다.
경기도의 한 니트 전문 브랜드 생산관리자는 "샘플 제작 횟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줄어든 시간만큼 리오더 대응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결국 3D 시뮬레이션이 만든 것은 단순한 비용 절
감이 아니라, 반응생산에 필요한 속도 그 자체다.
다만 모든 디자이너가 이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옷의 질감과 실루엣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자부심을 느꼈던 시니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조작을 배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브랜드 대부분은 이 방향을 되돌리지 않는다. 속도가 곧 매출과 직결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생산관리자의 하루, 엑셀에서 실시간 대시보드로

상품기획실의 변화만큼 눈에 띄는 것이 생산관리팀의 업무 방식이다. 얼마 전까지 생산관리자의 하루는 공장에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묻고, 엑셀 파일로 납기와 재고를 정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1편에서 소개한 MES(생산관리시스템)와 ERP가 여러 협력 공장과 연동되면서, 생산관리자는 각 공장에 전화하지 않아도 재단, 봉제, 검사, 출고 단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대시보드 하나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라인 브랜드 세 곳의 생산을 총괄하는 한 SCM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오전에 어느 공장이 얼마나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데만 한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대시보드를 켜면 바로 보입니다. 대신 그 시간에 어떤 공장에 물량을 더 배분할지, 어떤 아이템을 먼저 리오더할 지 결정하는 데 씁니다."
업무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확인하는 일’에서 ‘판단하는 일’로. 생산관리자는 더 이상 단순 진행상황을 취합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공장의 생산 능력과 판매 데이터를 동시에 보며 물량을 재배치하는 의사결정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발주량을 결정한다
발주량을 정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담당자의 경험, 이른바 ‘감’이 발주량을 좌우했다. 시즌 초반 판매 추이를 보고 담당자가 직관적으로 추가 생산 여부를 결정했다.
지금은 판매 데이터, 조회수, 장바구니 이탈률, 사이즈별 재고 소진 속도까지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리오더 시점과 수량을 제안한다. 담당자의 역할은 이 제안을 검토하고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 여성복 브랜드 대표는 "신입 MD도 이제 3개월이면 발주 업무를 어느 정도 해낸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발주 감각을 익히는 데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여겨졌다. 데이터가 판단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면서 숙련의 문턱 자체가 낮아진 셈이다.
물론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신제품처럼 과거 판매 이력이 없는 상품,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즌 초반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그 판단의 대상이 "얼마나 만들까"에서 "AI의 제안을 얼마나 신뢰할까"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있다... AI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MD

디자인실, 기획실, 개발실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기적인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DITF 마이크로팩토리
이런 변화 속에서 채용시장에도 새로운 직무명이 등장하고 있다. AI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기반 MD, SCM 애널리스트 같은 직함이 대표적이다. 기존 디자이너, MD, 생산관리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세 역할의 일부를 결합한 직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패션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는 "채용 공고를 낼 때마다 직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디자인도 알아야 하고, 엑셀이 아니라 데이터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생산 프로세스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을 찾다 보니 결국 신입보다는 여러 부서를 거친 경력자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일부 패션 관련 학과와 사설 교육기관은 기존의 패턴, 봉제 중심 커리큘럼에 AI 디자인 툴과 데이터 분석 기초 과목을 추가하고 있다. 1편에서 지적했듯 앞으로 가장 필요한 인재가 SCM 전문가라면, 그 SCM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또한 데이터와 AI 활용 능력으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 결론: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재배치된다
AI가 상품기획과 생산관리에 들어오면서 우려도 함께 나온다. "디자이너와 MD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 다수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없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라는 것이다.
시안을 그리고, 진행상황을 취합하고, 발주량을 감으로 추정하는 일은 AI와 시스템이 상당 부분 가져갔다. 대신 그 자리에는 판단하고, 조율하고, 여러 공장과 데이터를 동시에 보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남았다. 결국 사람에게 남은 역할은 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진 것에 가깝다.
1편에서 다룬 것처럼 브랜드는 브랜드 회사로, 제조기업은 공급망 회사로 각자의 역할이 분리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역시 ‘만드는 일’에서 ‘판단하고 연결하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바꾸는 것은 결국 누가 옷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느냐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대한민국 패션 공급망 혁신 리포트 ②
"상품 기획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역할(Roll)이 바뀐다"
"예전에는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을 찾는 게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잘 팔리는 것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가 일이 됐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여성복 브랜드의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한 팀장은 최근 업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1편에서 살펴봤듯 패션산업의 경쟁력은 디자인에서 공급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변화는 공장과 브랜드 사이의 관계만 바꾼 것이 아니다. 브랜드 내부, 즉 상품기획실과 생산관리팀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가 들어오면서 기획자와 생산관리자의 하루는 1년 전과 비교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 "무엇을 만들까"에서 "무엇이 팔릴까"로…기획자 일이 바뀌다
AI 기술이 활용되면서 디자인실, 기획실의 작업 프로세스가 바뀌고 있다. 디자인 AI로 제작
과거 상품기획자의 핵심 역량은 트렌드를 먼저 읽는 감각이었다. 해외 컬렉션을 살피고, 거리의 스타일을 관찰하고, 다음 시즌에 유행할 색과 소재를 예측했다. 그러나 반응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 감각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디자인 시안을 수십 개씩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특정 브랜드의 무드보드를 학습시키면 그 톤에 맞는 그래픽과 패턴, 컬러 조합을 제안한다. 문제는 더 이상 ‘무엇을 그릴까’가 아니다. 쏟아지는 시안 가운데 ‘어떤 것이 팔릴까’를 판단하는 일이 기획자의 새로운 역할이 됐다.
서울에 위치한 한 온라인 캐주얼 브랜드 기획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AI가 시안을 만들어주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기획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그리는 능력이 아니라 고르는 능력입니다. 과거 판매 데이터, 리뷰, 반품 사유까지 함께 보면서 이 디자인이 실제로 재구매까지 이어질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에서는 디자이너 채용 기준을 바꾸고 있다. 손으로 그리는 스케치 실력보다 데이터를 읽고 AI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인력을 우선한다. 디자인 역량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디자인 역량과 데이터 해석 능력이 한 사람 안에서 결합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샘플은 줄고, 시뮬레이션은 늘었다... 디자인실 풍경이 달라지다
HSCompany 디자인실에서는 시마세이키 APEX PIZ 솔루션을 도입해 가상 샘플링으로 샘플 제작 횟수를 줄였다.
1편에서 언급했듯 CLO 기반 3D 의상 시뮬레이션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브랜드 디자인실에 자리 잡았다. 그 변화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더 뚜렷하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확정되기까지 실물 샘플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제작했다. 원단을 재단하고, 봉제하고, 핏을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 적게는 1~2주가 걸렸다. 지금은 3D 시뮬레이션으로 핏과 실루엣을 먼저 확인한 뒤, 확신이 선 디자인만 실물 샘플로 넘긴다.
경기도의 한 니트 전문 브랜드 생산관리자는 "샘플 제작 횟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줄어든 시간만큼 리오더 대응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결국 3D 시뮬레이션이 만든 것은 단순한 비용 절
감이 아니라, 반응생산에 필요한 속도 그 자체다.
다만 모든 디자이너가 이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옷의 질감과 실루엣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자부심을 느꼈던 시니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조작을 배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브랜드 대부분은 이 방향을 되돌리지 않는다. 속도가 곧 매출과 직결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생산관리자의 하루, 엑셀에서 실시간 대시보드로
상품기획실의 변화만큼 눈에 띄는 것이 생산관리팀의 업무 방식이다. 얼마 전까지 생산관리자의 하루는 공장에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묻고, 엑셀 파일로 납기와 재고를 정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1편에서 소개한 MES(생산관리시스템)와 ERP가 여러 협력 공장과 연동되면서, 생산관리자는 각 공장에 전화하지 않아도 재단, 봉제, 검사, 출고 단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대시보드 하나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라인 브랜드 세 곳의 생산을 총괄하는 한 SCM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오전에 어느 공장이 얼마나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데만 한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대시보드를 켜면 바로 보입니다. 대신 그 시간에 어떤 공장에 물량을 더 배분할지, 어떤 아이템을 먼저 리오더할 지 결정하는 데 씁니다."
업무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확인하는 일’에서 ‘판단하는 일’로. 생산관리자는 더 이상 단순 진행상황을 취합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공장의 생산 능력과 판매 데이터를 동시에 보며 물량을 재배치하는 의사결정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발주량을 결정한다
발주량을 정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담당자의 경험, 이른바 ‘감’이 발주량을 좌우했다. 시즌 초반 판매 추이를 보고 담당자가 직관적으로 추가 생산 여부를 결정했다.
지금은 판매 데이터, 조회수, 장바구니 이탈률, 사이즈별 재고 소진 속도까지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리오더 시점과 수량을 제안한다. 담당자의 역할은 이 제안을 검토하고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 여성복 브랜드 대표는 "신입 MD도 이제 3개월이면 발주 업무를 어느 정도 해낸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발주 감각을 익히는 데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여겨졌다. 데이터가 판단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면서 숙련의 문턱 자체가 낮아진 셈이다.
물론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신제품처럼 과거 판매 이력이 없는 상품,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즌 초반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그 판단의 대상이 "얼마나 만들까"에서 "AI의 제안을 얼마나 신뢰할까"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있다... AI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MD
디자인실, 기획실, 개발실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기적인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DITF 마이크로팩토리
이런 변화 속에서 채용시장에도 새로운 직무명이 등장하고 있다. AI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기반 MD, SCM 애널리스트 같은 직함이 대표적이다. 기존 디자이너, MD, 생산관리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세 역할의 일부를 결합한 직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패션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는 "채용 공고를 낼 때마다 직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디자인도 알아야 하고, 엑셀이 아니라 데이터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생산 프로세스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을 찾다 보니 결국 신입보다는 여러 부서를 거친 경력자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일부 패션 관련 학과와 사설 교육기관은 기존의 패턴, 봉제 중심 커리큘럼에 AI 디자인 툴과 데이터 분석 기초 과목을 추가하고 있다. 1편에서 지적했듯 앞으로 가장 필요한 인재가 SCM 전문가라면, 그 SCM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또한 데이터와 AI 활용 능력으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 결론: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재배치된다
AI가 상품기획과 생산관리에 들어오면서 우려도 함께 나온다. "디자이너와 MD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 다수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없어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라는 것이다.
시안을 그리고, 진행상황을 취합하고, 발주량을 감으로 추정하는 일은 AI와 시스템이 상당 부분 가져갔다. 대신 그 자리에는 판단하고, 조율하고, 여러 공장과 데이터를 동시에 보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남았다. 결국 사람에게 남은 역할은 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어려워진 것에 가깝다.
1편에서 다룬 것처럼 브랜드는 브랜드 회사로, 제조기업은 공급망 회사로 각자의 역할이 분리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역시 ‘만드는 일’에서 ‘판단하고 연결하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바꾸는 것은 결국 누가 옷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느냐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