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스페셜리포트 ①] 패션기업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정인기 에디터
2026-07-21

[스페셜리포트 ①]

패션기업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제조·브랜드·유통·물류·투자를 연결한 통합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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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이제는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를 키우며, 글로벌 시장을 설계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항저우의 주어상은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기사는 주어상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이커머스 시대 패션기업이 갖춰야 할 
제조·공급망·브랜드 운영 인프라를 살펴보고 
K-패션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안한다. 


중국 항저우의 패션기업 주어상(卓尚·Zhuoshang Group)은 제조와 브랜드, 디지털 유통, 물류, 투자를 하나로 연결하며 디지털 이커머스 시대 패션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패션기업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랫동안 생산에 머물렀다. 중국은 낮은 비용으로 많은 물량을 빠르게 생산하는 거대한 제조기지였다. 한국 기업이 중국 파트너에게 기대한 역할도 원가 절감과 생산량 확보, 납기 단축에 집중됐다.

항저우에서 만난 주어상은 달랐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공장의 규모나 생산량이 아니었다. 디자인과 상품기획, 소재 개발, 생산, 품질관리, 물류, 전자상거래, 라이브커머스, 브랜드 육성, 투자까지 연결한 생태계가 경쟁력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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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상은 자체 소재 R&D실을 갖추고 있으며, 개발된 소재는 가용가능한 재고 파악과 공급 일정을 DB로 관리중이다  


주어상은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제조기업이 아니다. 브랜드가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제공하는 브랜드 운영 플랫폼에 가깝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거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려는 K-패션 기업이 주어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주어상(卓尚·Zhuoshang Group) 기업 현황>

설립/초기 브랜드

1997년, 여성복 브랜드 ‘3COLOUR(三彩)’로 시작

보유 브랜드

3COLOUR, IBUDU(2003), LEISURE(2010), U&U 등 멀티브랜드

본사

항저우 첸탕구, 약 4만 9,000㎡ 규모의 복합 패션 캠퍼스

유통망

중국 30개 이상 성·직할시·자치구, 수천 명 임직원 규모

핵심 구조

6위일체(六位一体) 생태계 - 브랜드 인큐베이팅·디자인 R&D·마케팅·퀵리스폰스 공급망·패션테크·창업지원을 한 캠퍼스 안에서 통합 운영

자체 운영 영역

디자인, 생산, 품질관리, 물류, 정보시스템 - 협력공장 관리·검사 시스템·전국 물류망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


# 28년간 구축한 ‘6위일체’ 생태계…공장이 아닌 브랜드 성장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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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상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설비를 갖춘 검사소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검사소 내부 전경.


주어상은 1997년 여성복 브랜드 ‘3COLOUR(三彩)’로 출발했다. 2003년 ‘IBUDU’, 2010년 ‘LEISURE’를 선보였고 이후 ‘U&U’ 등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단일 여성복 브랜드로 시작한 회사는 중국 여성복 시장을 대표하는 멀티브랜드 패션그룹으로 성장했다. 판매망은 중국 30개 이상의 성·직할시·자치구에 걸쳐 있다. 수천 명의 임직원이 근무한다.

대표 브랜드 3COLOUR는 중국 주요 여성복 브랜드로 성장했고 중국 유명상표로 인정받았다. 주어상은 브랜드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제품 개발과 생산, 정보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주어상은 항저우 미래공장에 선정됐고 중국방직공업연합회 과학기술진보상을 받았다. 국가표준 제정에도 참여했다. 다수의 특허와 소프트웨어 저작권도 보유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기업이면서 기술 기반 운영회사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항저우 첸탕구에 있는 주어상 본사는 약 73묘, 4만9000㎡ 규모의 복합 패션 캠퍼스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단순한 사무실과 생산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인큐베이팅과 디자인 연구개발, 마케팅, 반응생산 공급망, 패션테크, 창업지원 기능이 함께 운영된다. 주어상은 이를 ‘6위일체 패션 생태계’로 구축했다.

상품기획이 시작되면 디자인 조직과 트렌드 분석 조직이 소비자 데이터와 시장 변화를 검토한다. 소재 개발팀은 상품 방향에 맞는 원단과 부자재를 찾는다. 필요한 경우 협력사와 새로운 소재를 공동 개발한다. 패턴과 샘플 제작, 생산계획, 품질관리, 마케팅, 물류 준비도 순차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각 조직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듯 동시에 정보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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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상 그룹 본사 전경


주어상 신규사업본부를 총괄하는 량잉빈(梁迎斌) 본부장은 회사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제 제조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브랜드가 가진 창의성과 중국이 가진 공급망이 만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발언은 주어상의 정체성을 함축한다. 주어상의 목표는 OEM 물량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브랜드와 함께 시장을 읽고 상품을 만들며 판매 이후의 운영까지 책임지는 데 있다.

원부자재 개발 능력도 핵심 경쟁력이다. 일반적인 제조기업은 브랜드가 지정한 원단을 구매해 생산하는 역할에 머물기 쉽다. 주어상은 소재를 직접 연구하고 협력사와 새로운 원단과 부자재를 개발한다.

독자적인 소재는 제품 차별화의 출발점이다. 디자인을 모방할 수 있어도 동일한 촉감과 기능, 색상, 품질을 갖춘 원단을 단기간에 재현하기는 어렵다. 소재 개발은 원가 절감 수단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진입장벽을 만드는 자산이다.

생산은 자체 시설과 협력공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어상은 협력공장에 단순히 물량을 배분하지 않는다. 품질 기준과 생산 일정, 공정 데이터를 공유한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인다.

품질관리와 검사 시스템도 생산 과정에 연결돼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공정에서 원인이 생겼는지 추적할 수 있다. 생산 이후에는 자체 물류망이 가동된다. 상품기획부터 생산, 품질관리, 출고까지 하나의 운영체계에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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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상은 이커머스 사업과 더불어 오프라인 대리상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를 방문한 7월 1일에는 IBUDU 브랜드의 26년 겨울 수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눈에 띈 공간도 공장이 아니었다. 디자인센터와 쇼룸,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가 더 분주했다. 회의실에서는 원단 개발과 브랜드 전략을 논의했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품질 테스트 결과를 공유했다. 각 조직은 나뉘어 있었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팀처럼 움직였다. 원단 개발과 생산계획, 콘텐츠, 판매전략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논의됐다.

# Data가 생산 조율…반응생산과 물류가 만드는 디지털 경쟁력



디지털 이커머스 시대에 패션 브랜드가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좋은 공장을 찾는 일이 아니다. 시장 반응에 맞춰 소량 생산하고 판매가 늘면 즉시 추가 생산하며 재고와 배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더 어렵다.

주어상은 이 문제를 반응생산 방식으로 해결한다. 초기 물량을 적게 생산해 시장 반응을 확인한다. 판매 데이터가 확보되면 곧바로 리오더에 들어간다. 생산과 동시에 물류가 출고를 준비한다.

과거의 패션산업은 계절별 수요를 예측해 대량으로 생산했다.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지만 실패하면 대규모 재고와 할인 판매를 감수해야 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 라이브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시장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특정 상품이 샤오홍슈에서 화제가 되거나 더우인 라이브 방송에서 주목받으면 주문량이 짧은 시간에 급증한다. 기존의 대량생산 체계로는 이런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반응생산은 단순히 생산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다. 상품기획과 판매 데이터, 생산능력, 원부자재 조달, 물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운영 전략이다.

주어상은 자체 디자인 조직과 상품기획 조직이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다. 생산 조직은 협력공장과 샘플 제작과 소량 생산을 준비한다. 판매가 시작되면 주문과 재고 데이터가 공급망에 전달된다. 반응이 확인된 상품은 즉시 추가 생산으로 연결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하나의 공급망이 시장 변화에 맞춰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다. 리드타임을 줄이고 재고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판매가 부진한 상품은 추가 생산을 중단해 손실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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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잉빈 본부장은 반응생산의 의미를 생산 속도보다 시장 대응력에서 찾았다.

“이제 제조기업은 주문을 기다리는 회사가 아닙니다. 시장을 함께 읽고, 소비자 반응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반응생산은 단순히 생산 속도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의 시간을 맞추는 일입니다.”

이는 한국 제조기업과 패션 브랜드 모두에 중요한 메시지다. 국내 제조기업은 품질과 납기, 생산단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발전해 왔다. 이 역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디지털 시장에서는 이 세 가지 조건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브랜드가 원하는 파트너의 기준도 달라졌다. 정해진 디자인을 정확히 생산하는 공장을 넘어 소비자 변화를 이해하고 적합한 소재를 제안하며 소량 생산과 리오더, 물류 운영까지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결국 브랜드가 찾는 것은 공장이 아니라 공급망이다. 더 정확하게는 시장 데이터와 연결된 공급망이다.

물류는 주어상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중국 소비자는 상품을 누가 만들었는지만큼 누가 생산과 배송을 책임지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브랜드가 생산을 관리하고 직접 출고하는 구조는 품질과 사후관리의 책임 주체가 명확하다는 신뢰를 준다. 주어상은 생산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판매량이 늘면 생산계획과 출고계획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다. 재고 정보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라이브커머스에서는 물류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소비자는 방송을 본 직후 상품을 주문한다. 짧은 시간에 주문이 집중되면 방송 이후의 생산과 출고 역량이 판매 성과를 좌우한다. 방송 콘텐츠가 성공해도 상품을 제때 배송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신뢰는 무너진다. 불량률이 높거나 재고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반품과 취소가 늘어난다. 라이브커머스의 경쟁력이 방송 진행자나 영상 기술에만 있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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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주어상이 보유한 자체 제조라인. 판매 반응에 따라 반응생산이 가능한 구조와 ODM 라인을 운영중이다.


주어상은 라이브커머스를 생산·재고·물류 시스템과 연결한다. 방송을 판매 채널 하나로만 보지 않는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생산계획을 수정하는 데이터 접점으로 활용한다. 디지털 유통 역량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주어상은 백화점과 직영점, 대리점, 전자상거래, 라이브커머스를 브랜드 특성에 맞춰 조합한다.

모든 브랜드에 같은 유통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격대와 고객층, 상품 특성에 따라 채널 포트폴리오를 설계한다.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제천과기(杰宸科技)는 2024년 광군제 기간 전 채널 거래액 6억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온라인 판매만 늘린 결과가 아니다. 콘텐츠와 플랫폼 운영, 상품기획, 생산, 물류가 연결된 디지털 유통 체계가 뒷받침한 성과다.

(2)편으로 계속. (2)편에서는 패션 엑셀러레이터로 진화하는 주어상의 브랜드 생태계와 주어상의 BM이 K패션에 주는 메시지에 대해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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