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부활에 실패한 ‘티피코시’와 성공한 ‘A&F’, 무엇이 달랐나?

황연희 에디터
2024-06-10

부활에 실패한 ‘티피코시’와 성공한 ‘A&F’, 무엇이 달랐나?  

현재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고도의 전략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상품과 마케팅 혁신 



Y2K 열풍에 동참은 같았지만 그 열기는 달랐다.


LF가 지난해 야심차게 부활시킨 ‘티피코시’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적 부진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티피코시’는 LF의 전신인 반도패션이 1991년 선보인 캐주얼 브랜드로 ‘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선전에 자극받아 레저렉션 패션(부활 패션)을 추구하며 재등장으나 MZ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 온라인에서 이월제품만 판매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4월 리런칭한 '티피코시'는 1년 만에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티피코시’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아베크롬비 앤 피치’ 성과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Y2K를 대표하는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아베크롬비 앤 피치’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지난해 16% 매출 성장에 이어 1분기에도 22% 증가해 순매출이 10억 달러(한화 1조 3,67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A&F’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459% 상승률을 기록하며 엔비디아보다 더 우수한 성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아베크롬비’의 화려한 르네상스


지난 2013년 '아베크롬비&피치' 한국 청담점 오픈 당시 홍보 캠페인

누구나 사고 싶고, 가지고 싶은 욕망을 만들게 했던 것이 ‘아베크롬비’가 추구했던 성공 전략이었다면, 아이러니하게 이로 인한 엘리트주의, 인종우월주의, CEO 리스크 등은 브랜드를 순식간에 한물간 브랜드로 전락시켰다. 2016년에는 미국 고객만족지수에서 가장 싫어하는 소매업체로 선정될 정도였다. 2013년 한국에 진출했던 ‘아베크롬비’ 청담점은 4년 만에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다. 


소비자 외면을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베크롬비’가 이렇게 빨리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취임한 프란 호로위츠(Fran Horowitz) 최고경영자의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7년간 ‘아베크롬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백인의 섹시한 이미지 어필이 아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내세워 '다양성'을 강조한 2024년 데님 캠페인 

프란 호로위츠는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첩한 추격 능력과 재고 규율을 활용하여 관련 상품 구색과 매력적인 마케팅으로 계절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고, 기대 이상의 매출을 이끌어냈다"며 “무엇보다 포스트코로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중도가 최근 2년 간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명한 재고 정리 판매, △프로모션과 재고 축소, △와이드 레그 로우 라이즈 진과 같은 유행에 대한 이해 덕분에 빠른 속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고객이 아닌 20대 중반 밀레니얼 소비자, 특히 여성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에 집중한 전략으로 터닝한 것이 성공포인트라고 강조한다. 그 판단 기준은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 96시간 캘린더를 위한 카테고리 변신


'아베크롬비&피치' 뉴 컨셉 스토어

프란 호로위츠는 기존의 ‘아베크롬비’ 성공방정식을 모두 파괴했다.

어두운 조명에 제품 색상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던 ‘아베크롬비’ 매장 내부는 밝은 매장으로 변신했다. 섹시한 사람들만 입게 하겠다는 의도로 제한됐던 사이즈 범위는 XL에 이어 XXL까지 확대됐고, 루즈한 핏의 청바지가 출시되면서 젊은 전문가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옷차림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들의 관심사가 ‘긴 주말’에 꽂혀 있다고 분석하고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해피아워의 칵테일 타임, 처녀 파티, 신부 샤워 참석 등 무엇을 하든지 모든 TPO를 만족시키기 위해 상품 카테고리를 변화시켰다. 이를 위해 오피스 재킷과 슈트, 결혼식 및 기타용 드레스, 애슬레저 라인 등을 추가하며 실제 96시간 동안 ‘애버크롬비’ 옷을 입힐 수 있는 플랜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


22년 런칭한 액티브 웨어 'YPB'


유통 전략 역시 기존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폐쇄하는 대신 더 작고 친밀한 공간에 초점을 맞춰 간소화했다. ‘아베크롬비’의 상징이었던 향기 마케팅은 사라지고 클럽스러운 분위기를 대신해 밝은 조명, 화이트&크림 컬러, 유리 샹들리에 등 세련된 매장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아베크롬비’ 광고는 과거의 성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과 그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피부색과 체형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자사몰 메인 배너 광고에서 이러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틱톡 광고와 인플루언서 SNS 마케팅은 빼놓을 수 없는 키 포인트로 작용했다.


20대 여성들의 독신파티,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지난 3월 '웨딩샵' 컬렉션을 신규로 선보였다

프란 호로위츠 CEO는 WSJ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만약의 묘약은 없다. 매일 집중적인 플레이북을 실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는 고객을 깊이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 사항에 맞는 제품, 음성 및 경험을 꼼꼼하게 구축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아베크롬비’ 매출의 80%는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 태평양과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에서도 ‘아베크롬비&피치’의 부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Y2K 트렌드 부활이 모든 브랜드에 적용되는 성공 방정식은 아니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특정 브랜드들에게 해당된 사항이다.

황연희 에디터 yun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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