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쉬인(Shein), 한국 소비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정인기 에디터
2024-07-08

【dito people, ditto issue】


쉬인(Shein), 한국 소비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싼 가격 아닌 가심비와 배송 서비스 수준 갖춰야

국내 No.1 온라인 쇼핑몰 ‘아뜨랑스’가 생각하는 쉬인은?

아뜨랑스, 하루 2000여 스타일 개발해 당일 배송 실현



쉬인(Shein)이 한국 패션시장에 본격 상륙했다. 쉬인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데 이어 올 초에는 김유정을 내세워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리고 7월 6일에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한국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쉬인이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성수동은 무신사와 무신사스탠다드 본사가 위치해 있고, ‘무진장 썸머 블랙프라이데이’와 뷰티 팝업스토어 등으로 무신사가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곳이라서 성수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ZARA, UNIQLO, H&M이 지난 20년간 패스트와 SPA를 키워드로 과거 20년간 매스마켓을 주도했다면, 최근 국내외에서 이슈인 ‘쉬인’과 ‘무신사스탠다드’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기반에 제조를 더한 P-플랫폼(Producing-Platform) BM을 가지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쉬인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한국 패션기업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경영자들은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막연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66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시장성을 검증한 만큼 한국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더욱이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트렌드와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은 진입장벽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쉬인'


정말 그럴까? SHEIN 한국시장 공세와 관련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마켓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아뜨랑스’로 유명한 정기열 에스엔패션그룹 부대표를 만나 쉬인 경쟁력과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아뜨랑스는 스타일난다, 임블리로 대표되던 온라인 쇼핑몰 마켓에서 현재 No.1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고, 지난해 기준 한국(www.attrangs.co.kr)과 일본(www.m.sonyunara.jp)에서 1000억원 이상을 판매한 기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한국에서는 자사몰에 올라있는 4000여 스타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나머지 절반도 익일까지 배송을 책임지고 있고, 일본은 20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킨 역직구 플랫폼으로 구축해 일본시장 내 K패션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편집자 주>


# 가격&가짓수 아닌 누가 어떤 기준에서 관리하냐?


정기열 에스엔패션그룹 부대표


△dito: 쉬인이 강조하는 것은 하루 2000개 이상의 새로운 신상과 상상초월의 가격이다. 최근 이커머스에서는 속도와 가격이 중요한데, 쉬인은 이 부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내세우는 듯하다.


◈정기열: 패션을 의식주처럼 일상에서 필요한 Commodity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특히 외출복은 자기를 표현하는 신분증과 같다. 이런 배경에서 패션은 가격과 내구성 같은 이성적인 기준으로만 사지 않는다. 결국 ‘유행’과 ‘언제 어떻게 입을까’ 라는 감성이 중요한데, 다행히도 한국 브랜드들은 이에 대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옷이란 상품 외에도 이를 표현하는 모델과 촬영기법, 심지어 K팝 스타들의 스타일까지 연계된 콘텐츠와 관련 인프라를 함께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콘텐츠를 촬영하고, 유명 모델까지 채용하기도 하지만 복잡한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서 사입하거나 제작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품 본질을 포함해 스타일링하고 콘텐츠화 시키는 사람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패션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2030 여성의 다양한 TPO를 대변하고 있는 '아뜨랑스'


△dito: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가격은 위협적이지 않나?


◈정기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저렴한 것을 가성비라고 하는데, 패션은 가성비 플러스 가심비를 같이 따지고 있어 가성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최근 쉬인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용도에 맞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거나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상품을 받았던 경험은 아무리 싼 가격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국내 쇼핑몰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도 상당히 높다. 또 쉬인은 가격이 싸니 5~10일이란 배송기간을 감안하라는 것인데, 이미 빠른 배송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그들도 그만큼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소비자들이 마냥 싸다고 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dito: 무료반품도 소비자들에게는 호기심으로 작용한다는데.


◈정기열: 패션 상품은 단순 변심이 많기 때문에 교환 반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국내 온라인 브랜드에서도 적어도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반품이 일어나는데, 우리 소비자들이 무료 반품이라고 무조건 사지는 않는다. 사서 마음에 안드는 것도 상처지만, 이를 반품 신청하는 것도 번거롭고, 쉬인도 그 과정이 쉽지 않다. 한국 기업들도 한때 고의적으로 반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반품이 편리하고 부담이 없어야 쉽게 구매한다. 판매자들은 반품에 대한 생각의 틀부터 깨야 한다.

 

# 가격 결정권 가진 ‘SHEIN’에 맞춰서는 소비자 외면


소비자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트렌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기열 부대표 


△dito: 쉬인을 얘기할 때, 평균 10일의 리드타임과 하루 2000가지 이상의 신상품을 스타일당 50~100장의 소량생산으로 반응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중국 내 6000개 이상의 공장을 언더 컨트롤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Motf, Luvlette, Dazy와 같은 다수 PB를 키우거나 미국 포에버21와 제휴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 내 브랜드와 디자이너들과 제휴해 4000여 스타일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줘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 정기열: 그렇다. 쉬인의 또다른 경쟁력은 플랫폼이 기획에서부터 제조, 가격책정,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이며, 여기에 수 천의 제조 기반 공장이 참여한다. 이런 이유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플랫폼이라면, 쉬인은 브랜드이자 플랫폼 구조를 갖추고 있어 P-Platform으로 정의되고 있다. 물론 중국 내에는 우수한 공장과 좋은 소재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이 쉬인과 협업한다. 그러나 그 공장들이 ‘쉬인을 목표’로 할 때는 다른 얘기다. 가격은 이미 쉬인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과 소재를 맞출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미 한국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들 또한 그 정도 경쟁력은 가지고 있다. 쉬인이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면 가격은 자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이 모든 것을 통제함으로써 스피드는 강하겠지만, 유행을 만들거나 대응해야 하는 패션시장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 내 온라인 쇼핑몰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매순간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하나의 컨트롤 타워는 결과적으로 ‘나가는 상품’에 집중하게 돼 유행을 선도시켜야 하는 마켓에서는 한계가 있다.


△dito: 그런 이유에서 하루 2000스타일 이상의 신상품을 출시하지 않나.


◈정기열: 이 또한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이것도 소비자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성이냐를 따져봐야 하고,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으니 그냥 많이 올려서는 소비자의 시간을 뺏어갈 뿐이다. 트렌드에 걸맞는 스타일 제안이 중요하다.


동대문 기반 4000여 디자이너와 협업해 매일 2000여 스타일 출시


97% 익일배송이 가능한 '아뜨랑스' 풀필먼트센터 경쟁력


△그럼 아뜨랑스는?


◈ 정기열: 우리는 내부 디자이너들 주축으로 매일 50여가지 신상품을 출시한다. 우리는 짧게는 2~3일 리드타임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최소 사이즈별 6장을 만들어 노출시키기도 한다. 리드타임이 1~2주 단위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시즌별 검증된 상품은 1년전에 원단부터 제직해서 물량을 늘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각종 빅데이터와 예측능력을 결합한 자체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판매수량을 예측하고, 재고는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일본시장을 위해서는 동대문 베이스의 4,000여명의 디자이너와 매일 협업해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200여개 입점 브랜드에서 하루 10가지만 출시해도 하루 2,000가지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들은 블라우스, 팬츠, 원피스, 모자 등 아이템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함으로써 유행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매일매일 진화하고 있다. 자체 개발 상품은 물론 외부 ODM 기업과 협업에도 빅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전문성과 시장성, 스피드 3박자 모두 갖추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아뜨랑스' 


△dito: 13년차인 아뜨랑스가 한결같이 2535(20대 70%, 30대 30%)를 핵심 고객으로 가져가는 것도 빅데이터의 힘인가?


◈정기열: 우리는 국내는 물론 해외 포털 사이트와 SNS를 통해 카테고리별 키워드와 아이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매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트렌드와 타겟을 잘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뜨랑스는 ‘여성스러움’이란 브랜드 컨셉에 따라 오피스룩, 캐주얼룩, 데이트룩 등 7가지 테마로 나누고 각각의 뮤즈로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흔히 데일리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블랙과 아이보리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아뜨랑스는 스카이블루, 라이트핑크가 메인이다. 봄여름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파스텔톤을 메인으로 가져간다. 계절이 바꿔도 본인들의 얼굴색에 따라 원하는 컬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


아뜨랑스 자동화 포장 시스템


△ dito: 아뜨랑스는 풀필먼트로 유명한데, 최근에도 오토 라우터 설비에 20억 이상 투자한 걸로 알고 있다. 구로동에 위치한 풀필먼트센터 경쟁력은?


◈정기열: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당일 배송에 익숙해져 있다. 아뜨랑스는 자사몰 구매 고객에 한해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하면 오늘 저녁에 배송, 밤 9시까지 주문은 다음날 새벽까지, 밤 10시 주문은 다음날까지 배송을 완료하고 있다. 아주 특별한 도서 지역이 아니면 97%는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 아뜨랑스는 이를 위해 배송업체에 건당 3000원을 주고, 당일 배송을 원하는 고객은 1000원을 부담한다. 자사몰 평균 객단가를 8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본사에서는 3.75% 물류비를 추가 부담하고 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400~500명 정도로 전체 구매고객의 10% 안팎이지만, 생각보다는 급한 고객이 많고, 이들은 연간 반복 구매횟수 측면애서도 비중이 높다. 구로 풀필먼트센터는 요즘 아이템 기준으로 하루 5~6만건, 고객 기준으로 1만건 처리하고 있다. 택배 기준으로 시간당 5,000건 처리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하루 7~8만건도 가능하다. 도심물류는 임대료는 비싸지만,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라우터 설비 등 자동화에 투자한다면 효율이 높다.


△dito: 평균 반품율이 10%로 업계 평균인 30%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정기열: 아뜨랑스 반품율은 10% 안팎이다. 최근엔 자체 기획과 제작관리가 70%에 이르고 있고생산원가 대비 2~2.5배로 불필요한 거품을 최대한 제거함으로써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또 모든 제품을 스팀 다림하고 고급 행거와 박스에 포장함으로써 가심비도 높였다. 1만5000원짜리 블라우스 한 장도 크린토피아에서 서비스하는 것처럼 배송한다는 것이 아뜨랑스의 모토고, 이를 고객들이 인정해주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한데, 과연 쉬인과 같은 해외 플랫폼이 맞출 수 있을지, 맞춘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을 지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 일본시장, 역지구몰로 안착…대만 동남아로 확장 예정


정기열 부대표는 에스엔패션그룹의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dito: 에스엔패션그룹은 일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엔저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다소 주춤한 것 같은데,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 정기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은 3년전부터 역직구 플랫폼으로 투자를 이어왔다. 엔저가 오기 이전에는 연간 200억원 이상 거래액을 기록했지만, 이후 떨어져 지난해까지 연간 130억 수준에서 답보 상태다. 환율에 관계없이 일본시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물류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입점 브랜드는 평균 4~5일, 아뜨랑스는 3일 배송이 원칙이지만 특정 상품은 1박2일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 소비자들은 통상 3가지 이상을 동시 구매함으로써 10만원대 초반 평균 객단가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브랜드 특유의 패션감성과 세련된 코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다. 일본시장은 이미 안착된 상황이고, 환율인상 시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것이다. 또한 대만과 동남아 지역도 현지 파트너들과 협력함으로써 마켓을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패션의 매력을 보다 많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공감대를 확장하는 것이 아뜨랑스와 에스엔패션그룹 비전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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