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패션 IPO, 차세대 언더독 주인공은?

신아랑 에디터
2025-09-21

패션 IPO, 차세대 언더독 주인공은?

자본 조달 넘어 브랜드 인지도·해외 협상력 확보

해외 매출 78% 차지하는 APR처럼 글로벌 진출이 관건

투자자들, 해외 매출과 마진 구조에 촉각

 


국내 자본시장이 패션업계의 상장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최근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를 앞세운 APR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언더독 신화를 쓴 가운데 “패션업계 차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APR은 올해 2분기 매출 3,277억 원, 영업이익 84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1%, 20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5%를 넘어섰고, 매출의 78%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포트폴리오와 공격적 해외 확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증권가는 APR을 두고 ‘기존 판도를 바꾼 언더독 신화’라고 평가한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패션 IPO 시장으로 향한다.

 

# 에이유브랜즈, 증시 데뷔 후 글로벌 공격 확장


'락피쉬웨더웨어' 대만 타이베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락피쉬 웨더웨어]


첫 주자는 에이유브랜즈(AU Brands 대표 김지훈)다. 모회사 에이유커머스에서 분할된 뒤 ‘락피쉬웨더웨어’를 앞세워 코스닥에 안착했다.


지난해 매출 418억 원, 영업이익 162억 원을 기록하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이 38%를 웃도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입증했다. 덩치는 작아도 ‘작고 효율적인 성장 모델’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분명했고, IPO 과정에서도 그 가능성은 확인됐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800대 1을 넘었으며, 공모가는 희망 밴드 상단인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2,200억 원으로 평가됐다.


강점은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에이유브랜즈는 ‘락피쉬웨더웨어’ 영국 본사를 직접 인수해 상표권을 확보하며 40여 개국에서 브랜드 활용이 가능해졌고 중국 항저우에는 합작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태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8월 심천 MixC World, 베이징 신라툰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내 8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또 지난 9월 12일에는 일본 첫 매장인 락피쉬웨더웨어 라포레 하라주쿠를 오픈했다. 단 3일 만에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 IPO 거론되는 마르디·젠틀몬스터·레이어, 각기 다른 전략 ‘눈길’


마르디 메크르디, 일본 온오프라인 직진출 성공


‘마르디 메크르디’는 꽃 로고 티셔츠로 상징되는 팬덤 기반 브랜드 파워가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운영사 피스피스스튜디오는 IPO 공동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 2023년 5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3년 내 IPO를 목표로 밝힌 바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MZ세대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고, 중국 티몰 행사에서는 신규 브랜드 2위, 여성 브랜드 1위에 오르며 해외 시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4년 기준 매출은 1138억 원, 영업이익은 282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25%를 기록했다. 기업공개 준비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를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하는 아이웨어 브랜드로 예술적 협업과 공간 경험을 결합해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해왔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6,0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1,971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명품 안경 그룹 룩소티카가 초기 재무적 투자자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기업가치를 2조 원 중반대로 평가한 것도 이러한 차별성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IPO 추진 여부는 공식화되지 않았으며 업계에서는 상장 의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변수로 보고 있다.


레이어는 로고 플레이보다는 절제된 미니멀 감성으로 차별화를 추구해왔다. 유행보다는 기본 실루엣과 차분한 무드를 강조하며 꾸준한 소비자층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니멀리즘 패션을 선호하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레이어가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성이 해외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IPO 추진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상태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잠재적 상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IPO를 앞두고 오프라인 확장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대표 패션기업 안타스포츠와 조인트벤처(JV) 설립, 티몰글로벌 단독관 오픈 등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패션업계 상장 열풍, 승부처는 결국 글로벌 시장



이처럼 패션 기업들은 각기 다른 전략과 과제를 안고 IPO를 추진하거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의 상장은 뚜렷한 흐름이 됐으며 IPO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해외 진출 협상력 강화, 우수 인재 확보, M&A 자금 마련 등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기업에 IPO는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다.


증권가 관계자는 “APR은 글로벌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린 사례”라며 “패션기업들도 상장 시점과 해외 전략이 맞물리면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패션은 유행 주기가 짧고 물류비·환율 등 외부 리스크가 큰 만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매출 비중 ▲브랜드 지속 가능성 ▲제품·디자인 혁신 ▲마진 구조를 IPO 성패의 기준으로 꼽는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키워낼 수 있느냐가 투자자들의 최종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설텍 2025 컨퍼런스에  하성호 와이유파트너스 대표가 연사로 참여한다


한편 오는 9월 25일, 26일 양일간 DDP에서 열리는 [설텍 2025]에서는 25일 하성호 와이유파트너스 대표가 ‘APR부터 락피쉬, 마르디까지: K패션 IPO 의미와 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하성호 대표는 K-뷰티의 성공 요인을 바탕으로 K-패션의 글로벌화 조건은 무엇인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안할 계획이다.

신아랑 에디터 thin567@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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