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엔느 그룹, 패션 비즈니스 판을 다시 짠다
ODM에서 유통 플랫폼까지…‘팔리는 구조’로 S2B2B 구축

이성환 파리엔느 대표
국내 패션 산업에서 ODM 기업은 오랫동안 브랜드 뒤에 가려진 ‘제조 파트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파리엔느(대표 이성환)와 지아스카라(대표 김승환), 더베오(대표 표정희)로 구성된 비즈니스 그룹(이하 파리엔느 그룹)이 이 공식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다.
이들 그룹은 여성복과 골프웨어 약 60여 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위탁 기반 ODM 공급을 전개하며, 최근 2~3년 사이 홀세일 매출 기준 연매출 230억원(리테일 판매가 기준 약 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생산 규모가 아니다. 핵심은 브랜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3가지 조건’ △디자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재고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맞추는 능력이다. 트렌드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디자인을 빠르게 구현하고, 브랜드가 요구하는 마진 구조에 맞춰 생산가를 설계하며, 위탁 방식으로 공급해 재고 부담까지 흡수한다.

파리엔느 그룹 리더인 이성환 대표는 이 BM을 단순하게 정의한다.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팔리는 구조’입니다. 브랜드는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을 원합니다.”
실제로 이들 그룹은 SKU 확대보다 회전율 중심으로 상품을 운영하고, 브랜드별 가격 조건에 맞춘 생산 설계를 통해 ‘재고 리스크 최소화’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존 ODM이 생산을 담당했다면, 이들은 시장 반응을 기반으로 운영까지 설계하는 ‘확장형 ODM’으로 진화한 셈이다.
# 가두상권 빈틈을 파고들다…‘샵인샵 위탁 모델’은 현실적 해법
파리엔느 쇼룸
이성환 대표는 올 초부터 패션 유통의 대표 채널인 가두상권에서 새로운 BM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성복 브랜드 ‘크레송(Cresson)’ 이월 상품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4월 초 현재 전국 45개 매장에서 샵인샵 형태의 위탁 판매를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2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구조는 기존 패션 유통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브랜드가 직접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유휴 공간을 가진 매장에 상품을 위탁 공급하고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점주에게는 약 40%의 판매 수수료를 제공하고, 소량·고회전 방식으로 운영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전략은 타깃 상권이다. 백화점이나 핵심 상권이 아니라, 매출 하락과 운영 부담을 겪고 있는 B·C 급 가두상권을 집중 공략한다. 본사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공간, 점주가 새로운 수익원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이성환 대표는 “좋은 상권은 경쟁이 아니라 진입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매장은 다릅니다. 거기에는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구조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편법적 입점’으로 보기도 하지만, 현재 가두상권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매장은 재고 부담 없이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고, 공급자는 매장을 분산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결국 이 모델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니라, 쇠퇴하는 가두상권 유통을 재설계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 ODM을 넘어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
파리엔느는 지난해 말 속초시에 의류 기부를 하는 등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성환 대표의 전략은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이미 ODM과 위탁 유통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확장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1단계는 라이선스 상품을 활용한 유통망 확보, 2단계는 확보된 매장을 기반으로 한 자체 브랜드(PB) 전환, 3단계는 이를 확장한 프랜차이즈 및 대형 유통 플랫폼 구축이다. 실제로 일부 매장은 향후 자체 브랜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2027년에는 본격적인 브랜드 런칭과 프랜차이즈 확장이 예상된다.
이 전략의 본질은 ‘패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기존 패션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고 유통을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이 대표는 유통을 먼저 장악한 뒤 브랜드를 얹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이성환 대표는 이에 대한 경영 철학이 명확하다.
“지금은 브랜드를 먼저 만들면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매장을 먼저 확보하고, 검증된 구조 위에 브랜드를 올릴 겁니다. 결국 시장을 만드는 건 브랜드가 아니라 유통입니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40~60대 여성 시장을 겨냥해 ‘유니클로와 다이소를 결합한 형태’의 대형 유통 브랜드까지 구상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빠른 회전, 생활 밀착형 상품 구성으로 기존 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파리엔느, 지아스카라, 더베오 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파리엔느그룹
결국 파리엔느와 지아스카라, 더베오 3개 그룹의 시도는 하나로 정리된다. ODM에서 시작해 유통을 장악하고, 브랜드를 거쳐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이 흐름은 기존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패션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브랜드인가, 아니면 ‘비즈니스 구조를 혁신하는 기업’인가?” 파리엔느 그룹은 지금, 그에 대한 해답을 풀어보려는 시도를 가장 먼저 실행하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파리엔느 그룹, 패션 비즈니스 판을 다시 짠다
이성환 파리엔느 대표
국내 패션 산업에서 ODM 기업은 오랫동안 브랜드 뒤에 가려진 ‘제조 파트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파리엔느(대표 이성환)와 지아스카라(대표 김승환), 더베오(대표 표정희)로 구성된 비즈니스 그룹(이하 파리엔느 그룹)이 이 공식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다.
이들 그룹은 여성복과 골프웨어 약 60여 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위탁 기반 ODM 공급을 전개하며, 최근 2~3년 사이 홀세일 매출 기준 연매출 230억원(리테일 판매가 기준 약 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생산 규모가 아니다. 핵심은 브랜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3가지 조건’ △디자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재고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맞추는 능력이다. 트렌드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디자인을 빠르게 구현하고, 브랜드가 요구하는 마진 구조에 맞춰 생산가를 설계하며, 위탁 방식으로 공급해 재고 부담까지 흡수한다.
파리엔느 그룹 리더인 이성환 대표는 이 BM을 단순하게 정의한다.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팔리는 구조’입니다. 브랜드는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을 원합니다.”
실제로 이들 그룹은 SKU 확대보다 회전율 중심으로 상품을 운영하고, 브랜드별 가격 조건에 맞춘 생산 설계를 통해 ‘재고 리스크 최소화’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존 ODM이 생산을 담당했다면, 이들은 시장 반응을 기반으로 운영까지 설계하는 ‘확장형 ODM’으로 진화한 셈이다.
# 가두상권 빈틈을 파고들다…‘샵인샵 위탁 모델’은 현실적 해법
이성환 대표는 올 초부터 패션 유통의 대표 채널인 가두상권에서 새로운 BM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성복 브랜드 ‘크레송(Cresson)’ 이월 상품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4월 초 현재 전국 45개 매장에서 샵인샵 형태의 위탁 판매를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2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구조는 기존 패션 유통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브랜드가 직접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유휴 공간을 가진 매장에 상품을 위탁 공급하고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점주에게는 약 40%의 판매 수수료를 제공하고, 소량·고회전 방식으로 운영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전략은 타깃 상권이다. 백화점이나 핵심 상권이 아니라, 매출 하락과 운영 부담을 겪고 있는 B·C 급 가두상권을 집중 공략한다. 본사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공간, 점주가 새로운 수익원을 필요로 하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이성환 대표는 “좋은 상권은 경쟁이 아니라 진입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매장은 다릅니다. 거기에는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구조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편법적 입점’으로 보기도 하지만, 현재 가두상권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매장은 재고 부담 없이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고, 공급자는 매장을 분산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결국 이 모델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니라, 쇠퇴하는 가두상권 유통을 재설계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 ODM을 넘어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
이성환 대표의 전략은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이미 ODM과 위탁 유통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확장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1단계는 라이선스 상품을 활용한 유통망 확보, 2단계는 확보된 매장을 기반으로 한 자체 브랜드(PB) 전환, 3단계는 이를 확장한 프랜차이즈 및 대형 유통 플랫폼 구축이다. 실제로 일부 매장은 향후 자체 브랜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2027년에는 본격적인 브랜드 런칭과 프랜차이즈 확장이 예상된다.
이 전략의 본질은 ‘패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기존 패션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고 유통을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이 대표는 유통을 먼저 장악한 뒤 브랜드를 얹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이성환 대표는 이에 대한 경영 철학이 명확하다.
“지금은 브랜드를 먼저 만들면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는 매장을 먼저 확보하고, 검증된 구조 위에 브랜드를 올릴 겁니다. 결국 시장을 만드는 건 브랜드가 아니라 유통입니다.”
더 나아가 이 회사는 40~60대 여성 시장을 겨냥해 ‘유니클로와 다이소를 결합한 형태’의 대형 유통 브랜드까지 구상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빠른 회전, 생활 밀착형 상품 구성으로 기존 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파리엔느, 지아스카라, 더베오 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파리엔느그룹
결국 파리엔느와 지아스카라, 더베오 3개 그룹의 시도는 하나로 정리된다. ODM에서 시작해 유통을 장악하고, 브랜드를 거쳐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이 흐름은 기존 산업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패션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브랜드인가, 아니면 ‘비즈니스 구조를 혁신하는 기업’인가?” 파리엔느 그룹은 지금, 그에 대한 해답을 풀어보려는 시도를 가장 먼저 실행하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