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패션 이커머스, ‘가짜 매출’로 얽힌 ‘내부자 거래’

정인기 에디터
2026-04-13

패션 이커머스, ‘가짜 매출’로 얽힌 ‘내부자 거래’

플랫폼·브랜드·대행사가 얽힌 왜곡된 생태계 속에서 무너지는 소비자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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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패션 이커머스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래액은 늘고, 주요 플랫폼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표면만 보면 산업은 순항 중이다. 하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질문이 남는다. 지금 쌓이는 거래액이 실제 소비자들에 의한 구매의 결과인지, 아니면 플랫폼들이 주도한 단기 경쟁 구조가 만들어낸 숫자인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업계에선 이른바 ‘가짜 주문’이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특정 상품의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제 수요와 무관한 주문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문제는 일부 브랜드의 일탈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조작 가능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 잘 팔린 상품이 아니라, 밀어 올린 상품이 팔린다


9bbb9331b84e8.png위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입니다(AI 제작)

지금의 패션 이커머스에선 상위 노출이 곧 매출로 이어진다. 랭킹이 오르면 클릭률이 뛰고, 클릭이 늘면 전환율도 따라 오른다. 리뷰가 쌓이고 재구매가 붙으면 판매는 다시 랭킹을 강화한다. 한번 상위권에 진입한 상품은 자연 유입을 받으며 더 쉽게 시장에 안착한다. 반대로 초기 노출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은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 눈에 띄기 어렵다. 이 구조에선 상품력과 콘텐츠, 운영 역량보다 랭킹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더 직접적인 경쟁력이 된다.

결국 시장은 좋은 상품이 팔리는 구조보다, 노출을 산 상품이 팔리는 구조에 가까워지고 있다. 성실하게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경험을 쌓는 브랜드보다 랭킹을 먼저 설계한 브랜드가 더 빨리 성과를 내는 역전 현상도 이 안에서 벌어진다. 이 시장에선 성실함보다 적응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작동한다.

# 가짜 매출은 ‘모두의 이익’을 만든 내부자거래


플랫폼이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배경에는 그들이 취하는 수익 구조가 있다. 브랜드 플랫폼은 판매 수수료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는 플랫폼도 광고비와 프로모션, 무료배송 비용까지 더하면 브랜드 부담은 적지 않다. 여기에 인위적 주문이 더해져 거래액이 부풀려지면 실제 소비가 아니더라도 플랫폼은 수수료와 각종 부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매출은 가짜일 수 있어도 플랫폼 수익은 진짜가 되는 셈이다. 

현재 무신사와 29CM 등 브랜드 중심 플랫폼은 평균 25~30%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지그재그·에이블리 등 소호 기반 플랫폼은 표면적으로는 8% 안팎의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광고비, 프로모션 비용, 무료배송 부담 등을 포함하면 체감 비용이 약 13% 내외까지 올라간다.

이 구조를 ‘가짜 주문’에 대입하면 계산은 훨씬 단순해진다. 예를 들어 10만 원 상품 기준으로 100건의 ‘인위적 주문’이 발생하면 거래액은 1000만 원이 된다. 무신사·29CM와 같은 구조에서는 약 300만원 수준의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고, 지그재그·에이블리 구조에서도 광고·배송 비용을 포함하면 약 130만 원 안팎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주문이 실제 소비가 아닌 경우에도 플랫폼의 거래액과 수익 지표는 그대로 증가한다.

4c177f24e59b7.png위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입니다(AI 제작)


복수의 입점 기업 경영자들은 “가짜 주문 100건이면 플랫폼은 아무 리스크 없이 수백만 원의 매출을 잡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플랫폼 담당자들까지 나서서 가짜 주문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플랫폼 입장에선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회사 차원에서 관리한다고 판단된다”며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브랜드는 노출을 얻고, 대행사는 실행 수익을 챙기며, 플랫폼은 거래액과 수수료를 함께 늘린다. 세 주체 모두 단기적 이익을 얻는 구조다. 반면 가장 먼저 밀려나는 쪽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다. 상품 개발과 운영 개선, 고객 신뢰 축적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랭킹을 밀어 올리는 방식은 단기간에 결과를 만든다. 결국 시장은 편법이 비정상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처럼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 무너지는 것은 거래액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다


이 상황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플랫폼의 핵심 자산은 판매량, 클릭, 전환, 리뷰 같은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추천과 큐레이션, 광고 효율 분석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입력값이 왜곡되면 결과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보고 있는 랭킹이 실제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비용 집행 결과라면,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은 이미 신뢰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랭킹이 신뢰의 지표가 아니라 조작 가능성의 신호로 읽히기 시작하면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발견과 큐레이션도 무너진다. 이 문제를 개별 브랜드의 윤리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룰을 설계한 것은 플랫폼이고, 랭킹이 매출을 만들고 매출이 다시 기업가치를 키우는 구조 자체가 문제의 중심이다. 

해법 역시 구조 전환이어야 한다. 주문 수 중심 랭킹을 폐기하고 실제 구매 지속성, 반품률, 재구매율 같은 질적 지표를 반영해야 한다. 이상 주문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적발 시 강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광고 상품과 자연 노출 알고리즘도 분리해야 한다. 패션 이커머스가 지금 키워야 할 것은 거래액이 아니다. 거래의 신뢰다. 

이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는 혁신이 아니라 ‘내부자 거래’에서 비롯된 조작의 산업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패션 이커머스가 키우는 것은 성장 아니라, 신뢰를 갉아먹는 왜곡된 거래액일 수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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