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휠라에서 코오롱스포츠, 그리고 락피쉬까지

정인기 에디터
2026-05-04

휠라에서 코오롱스포츠, 그리고 락피쉬까지

K 패션, 중국사업 성패는 ‘브랜드’가 아닌 ‘운영 구조’

파트너십·SCM·수익 구조… 중국과 글로벌에서 통하는 K 패션의 새로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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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 DALL·E 생성 이미지

중국 시장은 여전히 크다. 그리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중국은 한국 패션기업에게 가장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패션 비즈니스 최전선에 있는 경영진과 실무 책임자들을 만나 취재해보면, 현장의 판단은 분명하다. 

과거처럼 매장 수를 늘리고 대리상망을 확대하며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중국 패션 시장은 유통 구조와 소비 방식, 파트너십 모델 전반이 재편됐고, 이는 단순한 경기 변화가 아니라 사업의 룰 자체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중국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경영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졌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언제 들어가느냐”가 아니다. “어떤 구조로 들어가느냐”다. [디토앤디토]는 최근 2개월간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샤먼 그리고 서울에서 이랜드차이나와 미스토차이나, 안타그룹, XTEP 등 한국과 중국 일선 경영자와 전문가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많이 여는 전략은 끝’…중국 리테일 ‘선별 시장’으로 재편


eacbcee8e29ca.jpg'코오롱스포츠' 상하이 신천지 플래그십스토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변화는 유통 구조다. 중국은 더 이상 ‘확장 시장’이 아니다. 과거에는 매장을 많이 여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리테일의 핵심은 정반대다. “적게 열고, 강하게 판다”

실제 글로벌 브랜드들조차 수천 개에 달하던 매장을 수백 개 수준으로 줄이며 효율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핵심은 어디에 들어가느냐다. MIXC(万象城)와 같은 A급 쇼핑몰, 도시별 핵심 상권, 소비력이 검증된 동선이 아니면 출점 자체의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는 인식이 현장에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휠라가 약 800개 매장으로 중국 시장에서 대규모 매출을 유지하고 있고, 코오롱스포츠 역시 100여 개 수준의 매장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중국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현지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느냐다.”

중국은 한국 본사의 일괄 지시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상권 선별부터 상품 운영, 가격 정책, 재고 관리까지 현지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안타·리닝이 만든 ‘로컬 시스템’… 구조의 싸움


0ba9b12752965.jpg락피쉬 웨더웨어 상하이 플래그십스토어 안푸로드 매장

경쟁 구도 역시 한국 기업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를 주요 경쟁자로 상정하지만, 중국 현장에서는 다른 이름이 더 자주 등장한다. 

안타, 리닝, XTEP 등 로컬 기업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다. 기획, 생산, 유통, 데이터, 가격 전략이 하나의 구조로 결합된 ‘운영 시스템’이다. 특히 러닝과 퍼포먼스 시장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뚜렷하다. 기술력과 상품 완성도, 공급 속도까지 빠르게 올라오면서 더 이상 ‘저가 브랜드’로 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한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적이다. 가격으로 싸우는 것은 어렵고, 유통망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다. 결국 포지셔닝과 운영 구조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주목받는 한국 브랜드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락피쉬웨더웨어처럼 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한 경우 초기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가 나온다.

“반응은 브랜드가 만들지만, 성장은 구조가 만든다.” 

이 때문에 최근 성과를 내는 모델은 비교적 명확하다. 한국이 브랜드와 콘텐츠,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중국 파트너가 리테일 운영과 데이터, 공급망을 맡는 방식이다.

즉, “브랜드는 한국이, 사업은 중국이”.  휠라와 코오롱스포츠 사례에서 확인되듯, 중국에서 사업을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조직과 파트너십이 성패를 좌우한다. 중국은 단순 유통 연결이나 대행으로 해결되는 시장이 아니다. 브랜드, 생산, 유통, 계약 구조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국 본사가 운영까지 직접 통제하려 할수록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기회를 놓친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반대로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현지 조직에 권한을 부여한 경우 성과가 더 안정적으로 나타난다는 평가가 많다.

# 매출이 아니라 ‘수익 구조’…Profit Market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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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 샤먼 본사

중국 진출의 본질 역시 달라졌다. 이제 중국은 매출을 키우는 시장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검증하는 시장이다. 

과거에는 할인과 물량으로 외형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할인 의존도를 낮추고 풀프라이스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즉, 중국은 이미 ‘Profit Market’이다.

이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과 마진 구조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처음부터 이익이 나는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무너진다. 중국 소비자는 정보에 빠르고 가격에 민감하다. 콘텐츠로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가격 구조가 맞지 않으면 판매는 이어지지 않는다.

공급망 전략 역시 달라졌다. 이제 경쟁력은 원가가 아니라 속도다. 초도 생산을 최소화하고, 판매 반응에 따라 빠르게 리오더를 돌리는 구조가 핵심이다. 이랜드차이나의 운영 방식이든, 로컬 브랜드의 데이터 기반 생산이든 공통점은 같다.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빨리 다시 채우는 것”. 즉, 중국 사업의 본질은 재고를 쌓는 것이 아니라, 리오더를 만드는 데 있다.

# “중국은 시장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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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브랜드 던스트 

결국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결론은 명확하다. 지금의 중국은 더 이상 좋은 브랜드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운영 구조 없이 브랜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K 패션 기업의 조건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핵심 상권 중심의 선택적 진입 △현지 파트너와의 역할 분담 △반응생산 중심의 SCM △수익 중심의 가격 설계 △ 콘텐츠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 이 다섯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사업이 된다.

다시 정리하면 “중국 진출은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라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제 K 패션의 글로벌 경쟁력은 제품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구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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