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패션] 상하이는 ‘아시아 패션 허브’를 설계하고 있다

정인기 에디터
2026-06-15

상하이는 ‘아시아 패션 허브’를 설계하고 있다

상하이시, Made in Shanghai 패션 소비재 산업의 고급화

3년간 100개 브랜드 육성·패션 소비 혁신 플랫폼 구축 선언

 

4c11cd1a0240f.png


최근 중국 상하이시는 ‘향후 3년간 100개 브랜드를 육성하는 패션산업 혁신 플랫폼 구축을 중심으로 아시아 패션허브 구축’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6월 9일부터 개최된 ‘Made in Shanghai’ 행사는 상하이 제조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패션, 뷰티, 주얼리 등의 소비재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100개의 로컬 브랜드와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패션 소비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며, 디지털 기술 기반의 소비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훨씬 큰 전략이 담겨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 최대 생산기지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와 소비,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글로벌 패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패션산업 규모를 5,000억 위안(약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국제 소비 중심 도시이자 아시아 패션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패션위크, 쇼룸, 온오프 플랫폼, 투자 연계한 생태계 육성


fba278dc6d023.jpg중국 상하이시가 ‘Made in Shanghai’ 행사를 통해 패션산업 혁신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상하이가 내세운 ‘100개 브랜드 육성’이라는 숫자보다 그 실행 방식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들여다보면 브랜드, 쇼룸, 패션위크, 라이브커머스, 샤오홍슈, 도우인, 투자, 유통, 오프라인 리테일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과거 산업정책이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 상하이는 브랜드가 탄생하고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상하이 패션위크 역시 단순한 런웨이를 넘어 브랜드 인큐베이팅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패션 비즈니스 허브로 작동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결국 상하이가 만들고 있는 것은 100개의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다.

이 같은 상하이 행보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 서울이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팝과 K-드라마, K-뷰티에 이어 K-패션 역시 세계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성수동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 소비자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성지로 자리 잡았고, 한국 브랜드들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트렌드와 감성을 제안하는 존재가 됐다.

# 중국은 다시 열렸다. 하지만 입구는 완전히 달라졌다


2d3ee1a4d69ca.png한타오가 운영 중인 우한 헝롱광장의 K 패션 특별관

상하이의 변화는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타오(HANTAO)의 이상영 대표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시장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2016년의 중국을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사실상 다른 나라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패션업계가 기억하는 중국은 사드와 한한령,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중국은 세계 최대 패션 소비시장이자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브랜드 시장으로 진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방식이다. 과거에는 타오바오나 티몰 같은 플랫폼이 브랜드를 발견시키고 구매까지 연결했다. 좋은 상품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면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샤오홍슈와 도우인에서 브랜드를 발견하고,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뒤, 티몰이나 타오바오에서 구매한다. 발견(Discovery)과 구매(Purchase)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플랫폼이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브랜드가 콘텐츠와 공간을 만들고 플랫폼은 구매를 담당합니다. 이것이 2026년 중국 시장의 새로운 문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상하이시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상하이는 샤오홍슈, 쇼룸, 패션위크, 팝업스토어, 라이브커머스, 오프라인 상권을 하나로 연결해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결국 상하이가 키우려는 것은 단순한 패션기업이 아닌 ‘발견되는 브랜드’다. 이는 최근 국내 AI 관련 포럼에서도 강조되는 GEO(또는 AEO)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260c25fb8b98a.png
중국 상하이가 C-패션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사 상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제 상품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브랜드의 감성과 세계관, 소비자와의 관계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최근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안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가진 감성과 스토리에 반응하고, 샤오홍슈를 통해 이를 공유하며,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한 후 구매를 결정한다. 브랜드의 세계관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방문을 만들고, 방문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K-패션은 ‘중국 진출’이 아니라 ‘중국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K-패션 역시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처럼 총판을 찾고 플랫폼 입점을 추진하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한 방식이 중국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 유통 중심 시장이라면 중국은 콘텐츠 중심 시장이다. 샤오홍슈, 팝업, KOL·KOC, 커뮤니티, 로컬 파트너십, 오프라인 경험이 함께 작동해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사업은 직진출이나 제품 수출(홀세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운영 프로젝트’다. 브랜드의 감성과 세계관은 한국 본사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지 소비자와의 관계, 콘텐츠 운영, 커뮤니티 구축, 리테일 경험은 현지 파트너와 생태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 SFF, 18일 성수동서 개최…글로벌 사업에 대한 실전 솔루션 제공


b24eef4e0705d.jpg중국 상하이시가 ‘Made in Shanghai’ 행사를 통해 패션산업 혁신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오는 6월 18일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되는 ‘Smart Fashion Forum 2026’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디토앤디토가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단순히 중국 시장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이 어떤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실행형 포럼으로 기획됐다.

특히 이상영 한타오 대표는 최근 상하이 TX를 비롯한 주요 리테일 공간에서 진행한 K-패션 팝업스토어 사례와 샤오홍슈 기반 브랜드 성장 모델을 중심으로 달라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공유할 예정이다. 디토앤디토가 중국패션협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CYB(China Young Blood) 프로젝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중국에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상하이가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패션 생태계와 K-패션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지금 아시아 패션 허브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와 콘텐츠, 소비자와 데이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 패션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시장의 규모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생태계다. 향후 경쟁은 브랜드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 K-패션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중국에 진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중국 소비자와 연결되고, 어떻게 아시아 최대 패션 생태계 안에서 최적의 BM을 설계하고, 파트너십을 맺으며 성장할 것인가.”

상하이시가 선언한 ‘아시아 패션허브’ 관련 비전이 한국 패션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인기 에디터 ingi@dito.fashioin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