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티메프 도미노 사태, ‘패션은 안전한가?’

황연희 에디터
2024-07-31

티메프 도미노 사태, ‘패션은 안전한가?’

티메프 기업회생 신청…인터파크쇼핑·AK몰까지 정산 중단

적자 지속 패션 플랫폼의 위기론 대두



“인터파크커머스, AK몰도 정산 어려울 가능성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밝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말은 끝나기가 무섭게 현실화됐다. 30일 저녁 인터파크커머스는 AK몰 판매자센터에 판매정산 중단을 알리는 팝업 공지를 올렸다. 티몬, 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영향과 일부 PG사의 결제대금 지급 보류 영향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 티몬·위메프,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


티몬과 위메프가 미지급 정산액이 수천억원대 달하며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29일 티몬과 위메프는 미지급 정산액이 최소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법원은 향후 심문기일을 열어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회생 절차를 개시할 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큐텐 그룹에 인수된 위메프는 지난 연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글로벌사업본부 신설, 패션실과 뷰티실을 통합해 패션뷰티사업본부로 재편했다. 전체 상품 판매량의 30%를 패션뷰티 부문이 차지할 만큼 중요한 카테고리였고, 브랜드사와 직접적인 협업을 확대하며 패션 브랜드의 구성비도 높이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티몬, 위메프와 직접 거래하는 패션 기업의 손해도 불가피해 보인다.


티몬과 직접적인 거래를 한 A 패션 기업은 미정산 금액이 3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고, B 기업은 미정산 금액이 크지 않지만 몇일 전 티몬, 위메프와 거래를 종료했다. 오히려 패션기업보다 오픈마켓과 직접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 온라인 벤더 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AK플라자, AK몰 백화점상품 판매 내려라


AK플라자 백화점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AK몰이 30일 판매정산을 중단했다

 

설상가상 인터파크커머스는 무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루 만에 사태가 악화됐다.

31일 AK플라자 상품본부에는 “우리 판매 대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냐? 정산금 지연되는 것은 아니냐?” 는 등 입점 업체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30일 저녁 AK몰의 판매정산 중단을 알린 공지 때문이다.


오픈 마켓인 티몬과 위메프와 달리 AK몰은 AK플라자 백화점의 온라인몰이기에 입점 브랜드가 대부분 제도권 브랜드들이고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옴니채널로서 역할을 했다. 입점 업체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3월 큐텐 그룹에 인수된 이후 입점 브랜드들은 AK플라자 백화점과 1차 거래 계약을 하고, AK플라자 백화점이 인터파크커머스와 계약을 한 것이기에 미정산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AK플라자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AK플라자 역시 기업 문의가 이어지자 공식적으로 “당사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재 AK몰에서 판매 중인 AK플라자 상품에 대해 할인쿠폰을 모두 제거하여 인위적인 디마케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AK몰 백화점상품 판매대금에 대해서는 AK플라자에서 브랜드 협력사에 정상적으로 정산지급할 예정이다”며 입점 브랜드들에게 8월 1일부터 AK몰에서 백화점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K플라자가 협력사에 보낸 상품판매대금 공문


이에 대해 입점 업체는 일차적으로 안심하는 눈치지만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기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C 패션 기업 영업 관계자는 “지금은 정상적으로 정산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AK플라자 역시 AK몰로부터 미정산 대금 규모가 커진다면 연쇄적으로 입점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티메프 사태에 자유롭지 못한 패션 플랫폼


한편 티몬,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패션 플랫폼 업계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패션 플랫폼 업계 역시 무신사, W컨셉 등 일부를 제외하고 누적 영업손실이 커지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매 확정 후 5영업일 이내 정산해주는 카카오스타일, 월 4회 정산해주는 네이버 크림을 제외하고 월 2회, 40일 이내 정산을 하고 있어 정산 주기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 빅스타 광고 전략과 TV CF 전쟁을 벌인 명품 패션 플랫폼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누적 적자로 인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패션 플랫폼들이다.

3대 명품 플랫폼으로 불리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지난해 대부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매출 250억원에 영업손실 7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5월 첫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트렌비 역시 지난해 매출이 대폭 축소된 401억원에 영업손실은 32억원이었고, 발란은 지난해 392억원, 영업적자 100억원을 기록했다. 캐치패션은 지난 3월 영업을 종료했다.


또 젊은 층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이블리는 이미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산총계가 1128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167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알리바바를 포함한 2000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 성공이 관건이다. 올해 사명을 변경한 뉴넥스(구 브랜디)도 비슷한 상황이고, 코로나 기간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세에 힘입어 등장한 4050 어덜트 플랫폼, 영골프 플랫폼들도 지금은 한 두 플랫폼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유통 특성 상 이커머스 플랫폼이 패션 및 뷰티 브랜드들의 판매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위탁 판매라는 한계성 때문에 자금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D 패션 기업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관계자는 “이번 티메프 사태가 단초가 되어 플랫폼 구조조정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신생 플랫폼은 물론 적정 규모의 플랫폼도 안정적인 결제 장치가 없으면 브랜드사에서 입점을 거부할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산주기에 대한 문제가 선해결되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동안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의 꽃이었던 패션 플랫폼들의 전성기가 여기서 멈추지 않길 바라며 유통의 폐해를 입점 패션 브랜드,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황연희 에디터 yun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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