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서울을 런웨이로 선택한 럭셔리 하우스

윤희나 에디터
2023-05-18


서울을 런웨이로 선택한 럭셔리 하우스

경복궁을 수놓은 ‘구찌’ vs 한강을 물들인 ‘루이비통’ 무엇이 달랐을까?

‘구찌’, ‘루이비통’이 서울을 선택한 이유 

 


2023년 봄,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로 향했습니다.

첫 주자는 4월 29일에 한강 잠수교에서 프리폴(Prefall. 이른 가을) 패션쇼를 열었던 ‘루이비통’. 그로부터 2주 뒤인 5월 16일에는 ‘구찌’가 서울 종로 경복궁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디올’의 컬렉션이 열리기도 했죠. 

이처럼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쇼를 여는 것은 그만큼 한국 명품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음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 K팝 아이돌이 명품 브랜드의 엠버서더로 활동하는 등 K콘텐츠 열풍도 명품 브랜드의 한국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내에 1998년 첫 플래그십 부티크를 선보인 지 25년 만에 아시아 최초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구찌’. 

2019년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의 ‘2020 크루즈 컬렉션 스핀오프 쇼’ 이후 처음으로 한국만을 기획한 2023 프리폴 패션쇼를 연 ‘루이비통’.

어떤 점이 달랐고, 또 비슷했는지 알아봤습니다.


# 장소, 경복궁 근정전 vs 한강 잠수교


서울 경복궁을 venue로 선택한 ‘구찌(좌)’와 잠수교를 런웨이로 바꾼 ‘루이비통(우)’, 출처: 브랜드 인스타그램ⓓ    


‘구찌’와 ‘루이비통’은 장소부터 특별했습니다. 

‘구찌’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 장소로 꼽히는 경복궁 근정전을 패션쇼 무대로 선택했습니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식을 거행하는 행사가 열렸던 곳으로 패션쇼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 마르코 비차리는 “경복궁은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세계적인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한국 문화와 이를 가꿔 온 한국인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구찌는 전 세계의 문화유산과 랜드마크를 알리고 보존하는데 노력해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문화재청과 협의해 향후 3년간 경복궁의 보존 관리 및 활용에 대한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루이비통’은 패션쇼를 위해 서울 세빛섬과 반포대교 잠수교를 통째로 빌려 런웨이와 애프터 파티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루이비통’이 잠수교를 선택한 것은 한강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의 정서가 담긴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서울의 역동성은 루이비통의 지속적인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패션쇼 연출, 전통이 더해진 ‘구찌’ vs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루이비통’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 (출처: 구찌 인스타그램)ⓓ 


어둠이 깔린 경복궁 안, 강렬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구찌’의 패션쇼가 시작됐습니다.    

경복궁 근정전을 둘러싼 행각(行閣)은 런웨이가 되고, 근정전 앞뜰에는 별을 연상시키는 조명들은 밤하늘처럼 반짝였죠. 그 뒤로 조명을 받아 더 웅장해진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이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음악도 귀를 사로잡았는데요.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여한 것으로 북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강렬한 음악이 패션쇼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습니다.

‘루이비통’ 프리폴 패션쇼 (출처: 루이비통)ⓓ 


‘루이비통’의 프리폴 패션쇼는 반짝이는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800m에 이르는 잠수교가 런웨이로 변신했습니다. 별다른 조명 없이 잠수교의 푸른빛 조명을 그대로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잠수교의 거친 콘크리트 구조물과 반포대교 측면에서 쏟아지는 분수가 어우러지면서 날 것 그대로의 현장감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루이비통’ 프리폴 패션쇼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참여해 쇼 콘셉트와 무대 연출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패션쇼 음악도 남달랐는데요. 산울림의 ‘아니 벌써’로 시작된 패션쇼는 펄시스터즈, 김덕수 사물놀이의 농악소리 등 현대 음악과 국악이 어우러졌습니다.


# 컬렉션 의상, 한복을 차용한 스타일 '구찌' vs 미래지향적 의상 '루이비통'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 (출처: 구찌)ⓓ


‘구찌’는 한국 전통 의복인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한복의 옷고름을 차용한 붉은 리본이 가미된 재킷과 푸른 옷고름의 붉은 드레스부터 한복 치마의 조형적인 구조를 차용한 블랙 드레스 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또한 서핑보드를 들고 등장한 모델들은 스쿠버 다이버용 슈트와 하늘하늘한 쉬폰 원피스, 비즈 장식 스커트 등과 매치해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제안했죠. 

‘루이비통’ 프리폴 컬렉션, 출처: 루이비통 인스타그램ⓓ 


‘루이비통’ 프리폴 컬렉션은 구조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 주를 이뤘습니다.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오징어 게임’에 출현한 모델 정호연은 광택감 있는 블루 컬러 점퍼와 블랙 가죽 스커트, 레드 컬러 백을 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붉은색 점프슈트와 윈드브레이커, 오버사이즈 재킷, 미래를 연상시키는 유광 소재 아이템과 쉴드 선글라스 등이 더해져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번 ‘루이비통’과 ‘구찌’의 서울쇼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루이비통’은 프리폴 컬렉션을 단독으로 구성하면서 첫 번째 패션쇼 장소로 서울을 선택했고, ‘구찌’ 역시 아시아 지역 첫번째 크루즈 패션쇼라는 점에서 서울을 선택한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을 이어 어떤 브랜드가 서울을 선택할까요? 최근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 서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우리 브랜드가 해외로 나아가야 할 '그 때'라고 생각합니다. 


윤희나 에디터 ina0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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