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 ‘슈프림’ 등 명품 브랜드들이 직진출하는 이유
‘톰브라운’, ‘셀린느’, ‘슈프림’ 국내 직진출
국내 패션기업들은 신명품 찾기에 나서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구찌와 루이비통의 패션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패션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이들이 왜 한국에서 패션쇼를 열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국내 명품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약 18조 7,000억 원(141억 6,00만 달러)억 원으로 전년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명품시장 규모로 따지면 7위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입지가 높아지면서 최근 눈여겨볼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직진출이죠.
그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업체와의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 국내 패션업체가 판매, 유통 등 운영을 맡아온 것이죠. 명품 브랜드들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은 진출 초기에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동시에 판권을 따온 국내 패션업체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죠.
하지만 판권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존 업체와 재계약을 하던지, 또 다른 패션업체와 계약하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명품 브랜드들이 계약 연장 대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해 직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샤넬’, ‘구찌’, ‘루이비통’부터 ‘발렌시아가’, ‘버버리’, ‘폴로 랄프로렌’ 등 많은 브랜드들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직진출해 왔습니다.
# ‘톰브라운’ ‘셀린느’, 직진출 잇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오랫동안 전개해왔던 '셀린느'와 '끌로에'가 국내 직진출에 직접 운영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 더 많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셀린느’, ‘톰브라운’, ‘끌로에’ 등 굵직한 명품 브랜드들이 직진출을 선언한 것이죠.
우선 올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셀린느’입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면서 높은 매출을 보였던 ‘셀린느’는 지난 1월에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2월에 지난 셀린느코리아를 설립, 직진출로 전환했습니다.
4줄 흰색 줄 문양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은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어 전개해왔는데요. 최근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오는 7월 한국시장 직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톰브라운’의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의 파트너십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톰브라운’의 제품 발주, 유통전략 등의 업무는 기존과 동일하게 전개되는 것이죠.
신명품 시장을 리드하는 '톰브라운'이 오는 7월부터 직진출,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한다ⓓ
8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했던 ‘끌로에’도 오는 6월 말에 계약이 종료됩니다. 7월부터는 ‘끌로에’를 운영하는 리치몬드 그룹이 국내 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가 설립해 ‘끌로에’를 직접 운영할 예정입니다.
신원이 2019년부터 전개해온 남성 명품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 역시 판권 계약 만료에 맞춰 직진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마르니’, ‘디젤’, ‘빅터&롤프’ 등을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패션기업 OTB도 2021년 한국 법인을 출범하며 직진출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사 설립 당시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상당수 브랜드들의 전개권을 보유 중이었으나 앞으로의 브랜드 전략에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는 8월에 도산공원에 매장을 오픈하며 직진출하는 ‘슈프림’입니다. 미국 스트리트 패션계 명품으로 손꼽히는 ‘슈프림’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총 6개국에만 진출해있습니다. ‘슈프림’은 2020년 브이에프(VF) 코퍼레이션에 인수됐으며, 국내 전개는 VF그룹의 한국 지사가 담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직진출 선언 후, 한국시장 적응 성공?
이미 직진출을 선언한 명품 브랜드들도 적극적인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듀오와 30년 동안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국내 직진출한 '에트로'ⓓ
‘에트로’는 1992년부터 국내 수입유통을 담당해온 듀오와 계약 종료 후 2022년부터 직진출로 전환했습니다. 직진출 후 브랜드 재정비와 함께 적극적인 유통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남성복 컬렉션 ‘에트로 옴므’의 매장을 늘리는 식이죠. 2022년 매출은 전년대비 23% 신장한 6,502억 원을 기록,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찌코리아, 크리스탄디올꾸튀르코리아, 몽끌레르코리아 COO 출신의 이종규 대표를 총괄자로 임명했습니다.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결별한 후 직진출한 명품 브랜드 ‘몽끌레어’도 지난해 매출이 20% 이상 신장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직진출 후 한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실적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2006년 직진출 했지만 2021년 다시 CJ온스타일과 국내 사업의 단독 운영권을 계약했습니다.
# 명품 빠진 국내 패션기업, 신명품 발굴에 나서
'자크뮈스' 신세계 센텀시티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명품 브랜드 판권을 가졌던 국내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이탈로 인한 매출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나섰습니다. 신규 명품 브랜드를 발굴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죠. 특히 기존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보다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브랜드나 감각적이면서 흔하지 않은 신명품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만 패션 브랜드 4개, 코스메틱 브랜드 3개 이상을 런칭한다고 밝혔는데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 미국 브랜드 ‘리포메이션’, 프랑스 니치향수 ‘힐리’, 이탈리아 프래그런스 브랜드 ‘쿨티’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에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와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에 주력하며 수입 브랜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자크뮈스’의 두 번째 단독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열기도 했죠.
한섬은 지난해 스웨덴 브랜드 ‘아워레가시’, 스웨덴 브랜드 ‘토템’ 등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편집숍 매장에서 판매하던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명품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명품 기업과 국내 패션기업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직진출을 택한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국내 패션기업은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나갈 전망입니다. 한국 명품시장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희나 에디터 ina033@naver.com
‘톰브라운’, ‘슈프림’ 등 명품 브랜드들이 직진출하는 이유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구찌와 루이비통의 패션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패션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이들이 왜 한국에서 패션쇼를 열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국내 명품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약 18조 7,000억 원(141억 6,00만 달러)억 원으로 전년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명품시장 규모로 따지면 7위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입지가 높아지면서 최근 눈여겨볼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직진출이죠.
그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업체와의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 국내 패션업체가 판매, 유통 등 운영을 맡아온 것이죠. 명품 브랜드들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은 진출 초기에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동시에 판권을 따온 국내 패션업체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죠.
하지만 판권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존 업체와 재계약을 하던지, 또 다른 패션업체와 계약하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명품 브랜드들이 계약 연장 대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해 직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샤넬’, ‘구찌’, ‘루이비통’부터 ‘발렌시아가’, ‘버버리’, ‘폴로 랄프로렌’ 등 많은 브랜드들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직진출해 왔습니다.
# ‘톰브라운’ ‘셀린느’, 직진출 잇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오랫동안 전개해왔던 '셀린느'와 '끌로에'가 국내 직진출에 직접 운영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 더 많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셀린느’, ‘톰브라운’, ‘끌로에’ 등 굵직한 명품 브랜드들이 직진출을 선언한 것이죠.
우선 올해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셀린느’입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면서 높은 매출을 보였던 ‘셀린느’는 지난 1월에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2월에 지난 셀린느코리아를 설립, 직진출로 전환했습니다.
4줄 흰색 줄 문양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은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어 전개해왔는데요. 최근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오는 7월 한국시장 직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톰브라운’의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의 파트너십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톰브라운’의 제품 발주, 유통전략 등의 업무는 기존과 동일하게 전개되는 것이죠.
신명품 시장을 리드하는 '톰브라운'이 오는 7월부터 직진출,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한다ⓓ
8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했던 ‘끌로에’도 오는 6월 말에 계약이 종료됩니다. 7월부터는 ‘끌로에’를 운영하는 리치몬드 그룹이 국내 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가 설립해 ‘끌로에’를 직접 운영할 예정입니다.
신원이 2019년부터 전개해온 남성 명품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 역시 판권 계약 만료에 맞춰 직진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마르니’, ‘디젤’, ‘빅터&롤프’ 등을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패션기업 OTB도 2021년 한국 법인을 출범하며 직진출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사 설립 당시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상당수 브랜드들의 전개권을 보유 중이었으나 앞으로의 브랜드 전략에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는 8월에 도산공원에 매장을 오픈하며 직진출하는 ‘슈프림’입니다. 미국 스트리트 패션계 명품으로 손꼽히는 ‘슈프림’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총 6개국에만 진출해있습니다. ‘슈프림’은 2020년 브이에프(VF) 코퍼레이션에 인수됐으며, 국내 전개는 VF그룹의 한국 지사가 담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직진출 선언 후, 한국시장 적응 성공?
이미 직진출을 선언한 명품 브랜드들도 적극적인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듀오와 30년 동안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국내 직진출한 '에트로'ⓓ
‘에트로’는 1992년부터 국내 수입유통을 담당해온 듀오와 계약 종료 후 2022년부터 직진출로 전환했습니다. 직진출 후 브랜드 재정비와 함께 적극적인 유통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남성복 컬렉션 ‘에트로 옴므’의 매장을 늘리는 식이죠. 2022년 매출은 전년대비 23% 신장한 6,502억 원을 기록,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찌코리아, 크리스탄디올꾸튀르코리아, 몽끌레르코리아 COO 출신의 이종규 대표를 총괄자로 임명했습니다.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결별한 후 직진출한 명품 브랜드 ‘몽끌레어’도 지난해 매출이 20% 이상 신장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직진출 후 한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실적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2006년 직진출 했지만 2021년 다시 CJ온스타일과 국내 사업의 단독 운영권을 계약했습니다.
# 명품 빠진 국내 패션기업, 신명품 발굴에 나서
'자크뮈스' 신세계 센텀시티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명품 브랜드 판권을 가졌던 국내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이탈로 인한 매출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나섰습니다. 신규 명품 브랜드를 발굴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죠. 특히 기존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보다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브랜드나 감각적이면서 흔하지 않은 신명품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만 패션 브랜드 4개, 코스메틱 브랜드 3개 이상을 런칭한다고 밝혔는데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 미국 브랜드 ‘리포메이션’, 프랑스 니치향수 ‘힐리’, 이탈리아 프래그런스 브랜드 ‘쿨티’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에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와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에 주력하며 수입 브랜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자크뮈스’의 두 번째 단독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열기도 했죠.
한섬은 지난해 스웨덴 브랜드 ‘아워레가시’, 스웨덴 브랜드 ‘토템’ 등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편집숍 매장에서 판매하던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명품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명품 기업과 국내 패션기업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직진출을 택한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국내 패션기업은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나갈 전망입니다. 한국 명품시장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희나 에디터 ina0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