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트렌드]중국 럭셔리 시장, ‘합리적 사치’의 역전 드라마

정용재 에디터
2025-08-27

중국 럭셔리 시장, ‘합리적 사치’의 역전 드라마

타피스트리·랄프로렌·버켄스탁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

양극화가 불러온 실용주의적 명품 추구


청두 럭셔리 쇼핑 명소인 시노오션 타이쿠리에 오픈한 더블 RL 전용 매장과 랄프스 바


2025년 중국 럭셔리 시장의 무게 중심이 고가 명품에서 ‘합리적 사치(affordable luxury)’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코치, 랄프로렌, 버켄스탁이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단순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소비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 어포더블 럭셔리와 전통 명품의 엇갈린 흐름


중국 럭셔리 시장은 현재 뚜렷한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초고가 럭셔리에 집중해온 LVMH, 구찌, 버버리 등은 현지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꺾였지만, 코치(타피스트리), 랄프로렌, 버켄스탁 같은 ‘합리적 사치’ 브랜드는 반등세를 보였다.


  • 타피스트리는 2025 회계연도 4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해 2억 7,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그룹 내 가장 빠른 성장 시장으로 부상했다.
  • 랄프로렌은 2026 회계연도 1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0% 상승했고, 아시아 전체 매출은 21% 증가해 4억 7,400만 달러를 달성했다.
  • 버켄스탁은 2025 회계연도 3분기 아시아·태평양 매출이 24% 증가하며 전체 매출 6억 3,500만 유로(약 7억 4,0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출처: Jing Daily, 2025년 8월 20일)


이는 소비자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초고가 브랜드는 부동산·금융 자산에 기반한 상위 계층 소비에 의존했지만,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불확실성이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중산층과 MZ세대 직장인은 여전히 패션 소비에 적극적이지만, 과시보다는 합리적 품질과 실용성을 찾는다. 이들이 대거 이동한 지점이 바로 ‘합리적 사치’, 즉 어포더블 럭셔리다. 


출처: 샤오홍슈 #美式风格(아메리칸 스타일)


# 중국 소비자 인식 변화, ‘가치와 실용성’


중국의 젊은 세대는 패션을 ‘정체성 표현’으로 인식하면서도 코로나19 이후로는 과도한 지출을 경계한다. 한정판·로고 중심 명품보다 내구성·브랜드 역사·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피스트리, 랄프로렌, 버켄스탁 등이 불경기 속에서도 빛을 발한 이유이다.

버켄스탁은 친환경 소재와 착화감을 강조하며 ‘실용적 럭셔리’ 이미지를 굳혔다. 중국 첫 플래그십 매장(충칭)은 대나무 소재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해, 브랜드 철학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랄프로렌은 프레피·아이비리그 스타일의 미국식 미학을 앞세워 샤오홍슈와 웨이보에서 확산된 “#美式风格(아메리칸 스타일)” 트렌드를 적극 활용했다. 클래식한 옥스퍼드 셔츠와 케이블 니트 같은 ‘조용한 럭셔리’ 아이템을 강조해 소비자 공감을 얻었으며, ‘랄프로렌’ 해시태그는 샤오홍슈에서 4억 8,200만 뷰를 기록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각인시켰다.


출처: 샤오홍슈 버켄스탁 공식 계정


# 현지화 전략과 유통 혁신이 성공 포인트 


세 브랜드의 성공에는 가격 경쟁력 외에도 현지화된 전략이 작동했다.

랄프로렌은 상하이에서 첫 대규모 패션쇼를 열어 로컬 인플루언서와 직접 교류하며 젊은 고객층을 겨냥했다. 버켄스탁은 베이징·상하이에 신규 플래그십 매장을 출점하며 오프라인 체험을 강화했다. 타피스트리는 코치 매장 리뉴얼과 위챗 미니프로그램 등 디지털 채널 확장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반면 같은 타피스트리 산하의 케이트 스페이드는 중국 시장과의 정서적 간극으로 부진을 이어가며, 브랜드 정체성 현지화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중국 럭셔리 시장은 초고가 브랜드의 둔화와 합리적 사치 브랜드의 부상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기 정체성을 표현할 무언가를 원하지만, 과거처럼 가격으로 과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합리적 가격, 오래 가는 디자인, 글로벌 스토리텔링에 반응한다.

타피스트리·랄프로렌·버켄스탁의 성과는 단순한 분기 실적이 아니라, 중국 럭셔리 소비 패턴이 ‘합리적 사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중간지대는 경기 둔화기에도 성장 잠재력을 지니며, 향후 글로벌 패션 기업 전략의 핵심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샤오홍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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