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빠른 기술 수용’, 메타패션으로 통하는 인터스텔라였다

황연희 에디터
2023-09-21

양은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패션디자인연구실 교수

‘빠른 기술 수용’, 메타패션으로 통하는 인터스텔라였다 

산업 발전, 학생 관심도 커지며 디지털 패션 교육 필요성 강조

메타패션의 발전은 산학연 공동 연구가 필수조건

도구로서 기술 교육이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확장성에 초점



“전세계가 메타패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선두를 잡기 위해서는 디지털 패션과 관련한 기술 수용력을 높여야 하고, 산학연이 합심하여 교육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산업 분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제도화된 산업 육성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게임 콘텐츠 아트 디렉터에서 3D 디지털 패션 교육자로


양은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패션디자인 교수는 ‘메타패션’ 교육 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패션이라는 용어도 생소했던(초기에는 ‘사이버 패션’으로 불림) 2006년 마야 프로그램을 마스터하고 가상 디지털 패션쇼를 제작, 세컨드라이프에서 가상 패션데이터를 판매하는 부티크를 운영했다. 또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 석사, 디지털 패션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게임 회사의 아트디렉터 근무 경력과 마블러스 디자이너 관련 서적을 발간할 만큼 디지털 패션에 진심이다.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양은경 연세대학교 교수와 인터뷰가 진행됐다. 

양은경 교수는 “대학 시절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나의 인내심은 패션 제품을 완성하는 물리적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내가 개발한 새로운 패션 컨셉이나 패션디자인 이미지 등을 빠르게 시각화하고 싶었는데 이를 위한 해결책이 디지털 패션 기술이었다.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배우고 관련 디지털 기술을 연마했지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산업적 무대가 없었다. 그래서 찾았던 곳이 메타버스 세상으로 프랑스 게임 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세컨드라이프에서 가상 데이터를 판매하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 마블러스디자인, CLO를 활용한 디지털 패션디자인 강의를 개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디지털 패션의 황무지 같았던 10년 전과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금도 디지털 패션이 활성화 단계는 아니고 도입기 정도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대학, 관련 기관에서 3D 디지털 패션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고 학생들 역시 산업 현장에서 가상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호기심에서 관심으로 바뀌며 디지털 패션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 패션의 미래는 IRL과 URL을 연결하는 ‘확장성’


작품 FORE(X)IGHT, 디자이너 백윤서, 최윤영, 황민욱, 수퍼바이저 양은경, 백준상 교수


양은경 교수는 디지털 패션 기반 통합 디자인 교육과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디지털 패션의 미래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디자인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하는 ‘확장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3D 디지털 패션 기술을 디자인, 기획,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 제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또 디지털 패션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높여주고 디지털 에셋의 상업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경험 확장 등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 기획 단계부터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디자인 기획, 프로토타입 생산, 시각화, 커뮤니케이션 모든 단계가 상호 연결되면서 확장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도 확장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련 인프라의 발전이다”고 강조했다.


패션 디자인,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의 연결을 통한 디지털 패션 확장을 강조하는 양은경 교수 

결국 3D 디지털 패션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환경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재 양성이 교육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패션 산업에서도 기업들의 무브먼트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교적 일찍 3D 디지털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기술을 익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의 현재 위치에 따라 활동 범위가 다른 것 같다. 3D 디지털 기술자처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진출, 창의적인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의 3D 디지털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3D 패션 디자이너의 활동 무대가 넓어져야


VR 기반의 디지털 패션 교육 현장  


양은경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 패션 기술을 배우고 활동 무대를 찾았지만 패션 현장에서 그가 설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프랑스 게임 회사에서 게임 캐릭터의 패션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선택했던 이유다. 또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느껴 디지털 패션 교육자로 강의를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서도 디지털 패션 실무 교육을 하려는 곳이 없었다.


양은경 교수는 “3D 디지털 패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국내는 패션 산업은 물론 교육계에서도 3D 디지털 패션에 대한 관심이 해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는 디지털 패션이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연구 지원, 신사업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는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패션 기술을 도입했고, 내수 기업들도 서서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 경제가 그러하듯 수요와 공급은 확대는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함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3D 패션 디자이너의 비전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브랜드로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듯 3D 패션 디자이너들 역시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기회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3D 디지털 패션을 기술로 이해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통찰력을 키울 수 있도록 철학, 미학, 기호학 등 인문학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 디지털 패션의 저변 확대를 위한 구심점이 되길


양은경 교수는 메타패션의 발전은 산학연 공동 연구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양은경 교수는 국내에서 3D 디지털 패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업, 패션기업, 교육계, 관련 기관 등 산학연이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오픈한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가 디지털 패션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길 당부했다.


양 교수는 “디지털 패션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인재 양성, 기술 활용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가 오픈해 너무 반갑다. 3D 디지털 패션 교육이 단순한 툴 교육에 그치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 3D 디지털 패션의 당위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이 시장의 기술 변화 성장, 어떻게 고객 경험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등 저변 확대를 위한 교육이 같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디자이너, 생산자,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패션이 발전하기 위해서 기술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밸런스 교육을 강조했다.


디지털 패션 시장,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점점 황폐해가는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우리도 메타패션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양은경 교수의 바람처럼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가 포문을 열어 주길 기대해본다.


TIP > ‘인투더 뉴월드’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

 -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


동대문 DDP패션몰에 위치한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오픈한 곳으로 누구나 손쉽게 메타패션을 체험하고, 창작해볼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메타패션은 섬유패션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패션테크의 일종이다.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는 메타패션 체험 및 창작, 창업,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30일 개소했다. 디지털 패션 기술이 발달하고 미래 패션 산업의 하나의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저변 확대를 추진하고자 새롭게 마련된 공간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패션산업협회, 한국의류지능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섬유패션이 제조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나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메타패션에 대한 정부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개월 동안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홍보가 확대되며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서울패션허브 배움뜰에서 3D 디지털 패션을 배우는 학생들의 이용률이 절대적으로 높고, 해외 패션 산업 및 국내 기업들도 직접 찾아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고 있다. 9월 21일부터 진행되는 서울뷰티위크 행사에 맞춰 메타패션 체험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준영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디지털혁신실 실장은 “3D 가상의류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들이 과정 후 디자인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교육과 활용 그리고 새로운 기회 창출이라는 의미로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의 창작존이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런 공간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고 있어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황연희 기자 yuni@dito.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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